(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통산 첫 홈런을 터뜨리고 수비에서 슈퍼 캐치도 곁들여 동료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이 호수비보다는 홈런이 더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배지환은 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치른 보스턴 레드삭스와 방문 경기에서 8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0-1로 뒤진 2회 펜웨이파크의 명물인 왼쪽 펜스 벽(그린 몬스터)을 넘어가는 역전 2점 홈런을 쳤다.
이 홈런을 앞세워 피츠버그는 4-1로 이겼고, 빅리그 데뷔 2년 차 배지환의 첫 홈런은 역전 결승 홈런이 됐다.
게다가 배지환은 8회말에는 2루수에서 중견수로 이동한 뒤 좌중간으로 뻗어간 라파엘 데버스의 총알 같은 타구를 그린 몬스터에 부딪히며 깔끔하게 걷어내는 슈퍼 캐치로 원맨쇼의 대미를 장식했다.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 등 피츠버그 동료들은 배지환의 경이적인 수비에 크게 환호한 데 반해 배지환은 홈런에 더 높은 점수를 매겼다.
셸턴 감독은 경기 후 MLB닷컴 인터뷰에서 "타격, 수비, 주루는 물론 배지환이 8회말 걷어낸 수비는 정말 대단했다"며 "전체적으로 무척 좋은 경기였다"고 배지환의 맹활약을 호평했다.
그는 "펜웨이 파크에서 중견수 수비가 쉽지 않다"며 "배지환이 중견수로 얼마나 잘 움직일지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는 팀 내 협업과 의사소통에서 무척 중요하다"며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대단한 수비로 강한 자신감을 표출한 배지환이 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셸턴 감독은 또 "펜웨이 파크에서 배지환이 첫 홈런을 날린 것은 아주 멋진 일"이라며 "홈런볼이 펜스 바깥으로 넘어가지 않고 다시 그라운드로 튀어와 배지환이 간직할 수 있게 돼 더 좋았다"고 배지환의 첫 홈런을 함께 기뻐했다.
직선으로 날아간 배지환의 홈런볼은 높이 11.3m 펜웨이파크 위 1열 관중석을 맞고 다시 그라운드로 튀었다.
바로 옆에서 지켜 본 동료 외야수 브라이언 레이놀즈의 호수비 장면 묘사는 더욱 생생하다. 레이놀즈는 이날 선발 중견수로 출전했다가 경기 후반 좌익수로 이동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며 "배지환이 잡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타구가 펜스를 맞고 나올 것을 대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지환이 공중에 떠 타구를 낚아채고 벽에 맞기 전에 타구를 '빨아들이는' 장면을 바라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배지환은 "그린 몬스터가 정말 대단한 벽이었다"며 "타구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 본능에 맡겨 잡아냈다"고 슈퍼 캐치를 설명했다.
홈런을 칠 당시를 떠올리고서는 "좌익수가 앞으로 달려 나오길래 잡을 것이라고 봤는데 속으로는 펜스를 넘어가길 바랐다"며 짧은 순간 교차한 속내도 솔직하게 밝혔다.
배지환은 홈런과 호수비 중 어떤 게 더 좋으냐는 물음에 몇 초 생각하더니 "홈런을 많이 못 쳐서 홈런이 더 낫다"고 답했다.
배지환은 마이너리그에서 4년간 통산 홈런 16개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