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이의진 기자 = 우여곡절 끝에 플레이오프(PO)에 나서는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김승기 감독은 선수단을 추슬렀다며 이제는 코트 위 승리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PO 미디어데이에서 "이게 끝이 아니다. 계속 (시즌이) 진행되고 있으니 크게 동요하지 않고 선수들과 잘 훈련해 경기를 잘 준비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순위를 빨리 확정하고도 힘들게 PO에 왔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어렵게 참가한 만큼 팬분들이 좋아하는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도 전했다.
캐롯은 프로농구 역사에 꼽힐 정도로 어렵게 PO 진출을 확정했다. 재정상 문제가 불거져서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고양 오리온 농구단을 인수한 '신생' 캐롯은 재정난에 시달렸고, KBL 가입비 격인 특별회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농구단 운영 법인 데이원스포츠가 지난해 10월 내기로 했던 가입금 1차분 5억원을 지연 납부했고, 최근에는 선수단 급여 지급도 계속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6시까지 가입비 미납분 10억원을 내야 했던 캐롯은 결국 전날 납부를 마치고 PO 진출을 정말로 확정했다. 내지 못했다면 5위로 정규리그를 마치고도 PO행 티켓을 빼앗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김 감독은 미디어데이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마음고생을 털어낸 심정을 전했다.
그는 "못 나갈 줄 알았는데 결국 나갔다. 앞으로 (구단) 인수도 이뤄질 수 있는 거고, 선수들도 전부 동요하지 않고 PO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빨리빨리 월급을 또 줘야 결승까지 가지"라고 농담한 김 감독은 이번 시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다 힘들었다. 솔직히 말해 시즌 전 선수들에게 10승도 못 한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너희들이 나를 좀 따라달라, 그러면 내가 30승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거의 지켰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는데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며 "여기까지 끌고 오지 않았나. 여러 힘든 상황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오리온 시절 주축이었던 이대성, 이승현이 각각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전주 KCC로 이적하며 개막 전 '약체'로 꼽힌 캐롯은 시즌 초반 선두에도 오르더니 5할이 넘는 승률(28승 26패)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김 감독은 프로농구에서 PO와 같은 단기전에 능한 '승부사'로 통한다.
6강 PO(5전 3승제)에서 만나는 4위 울산 현대모비스와 상대 전적도 5승 1패로 크게 우위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금 전력이 우리가 처진다"며 승리를 장담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감독의 근심거리는 주포 전성현의 부상이다.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긴 전성현은 정규리그 막판부터 결장 중이고, PO에서도 언제 복귀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김 감독은 "(전성현이) 1, 2차전은 못 나올 것 같다. 홈 경기인 3차전에서라도 나오겠다고 노력하겠다고 한다"며 "이정현을 들들 볶겠다. 볶으면 뭐가 나올 게 있는 선수니 40분을 다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현대모비스를 넘으면 정규리그 우승팀이자 '친정'인 안양 KGC인삼공사를 만난다.
올 시즌 개막 전 인삼공사를 떠난 후 줄곧 옛 구단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했던 김 감독은 "(인삼공사에) 1승이라고 하겠다. 나는 지금까지 그냥 죽은 적은 없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진출팀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캐롯 이정현, 현대모비스 아바리엔토스, KGC 변준형, LG 이관희, SK 김선형, KCC 이승현. 2023.3.31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