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이 영화에는 '농구는 멈춰도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우리 영화의 핵심 대사이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죠.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 같습니다."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우리는 내일 혹은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곤 하는데, '리바운드'는 바로 지금을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며 "연기하면서 좋은 자극이 됐다"고 돌아봤다.
내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연승 기적'을 쓴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안재홍은 농구 코치 '강양현'을 연기했다.
공익근무요원이던 강양현은 해체 위기에 놓인 모교 부산중앙고 농구부 코치로 부임하고, 선수들과 좌충우돌 속에 기적 같은 결승 신화를 만들어간다.
영화가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만큼 안재홍은 당시 강 코치를 빼닮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일주일 만에 몸무게를 10㎏나 늘리고, 복장이나 헤어스타일, 심지어 손목에 차는 팔찌까지도 똑같이 따라 했다.
그런 노력 덕에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에게서 '어, 좋은데'라는 칭찬을, 강 코치에게서는 '내가 봐도 나 같더라'라는 극찬을 끌어냈다.
"살찌고 싶은데 안 쪄서 고민인 분들에게 식단을 짜줄 정도로 몸무게 증량이 쉬웠어요. 단시간에 피자와 소스로 (몸을) 만들었죠. 다만, 증량은 가속도가 붙어서 멈추는 게 어렵습니다. (웃음)"
'리바운드'는 코트 위 경기 장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작품을 보다 힘있게 끌고 가는 건 강 코치다. 그의 말과 동작, 표정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책임감이 컸던 거 같아요. (선수들을 연기한) 친구들한테는 형으로서 책임감을 느꼈죠. 저도 10년 전, 20대 때 (영화 '족구왕'에서 피부가) 새까매질 정도로 족구해본 경험이 있어요."
안재홍은 영화 제목 '리바운드'처럼 배우로서 하나의 기회가 됐던 작품으로 2013년 상영된 '1999, 면회'를 꼽았다. 입대한 고교 시절 친구를 면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당시 그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돼 처음으로 '관객과 대화(GV)' 자리를 갖게 됐다"며 "너무 벅찼고, 그 덕에 다른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제게는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떠올렸다.
장항준 감독과는 '리바운드'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그간 장 감독과 인연이 없다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리바운드' 작품을 설명하는 것을 본 뒤 배역을 간절히 바랐는데, 우연하게도 장 감독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했다.
"장 감독님은 재미있는 분이세요. 현장에서 유쾌한 모습을 듬뿍 몰아주신 분입니다. 배우와 스태프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모두가 좋아하는 지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을 조율하는 능력이 좋았죠."
그는 최근 국내에서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어린 시절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즐겨 읽었다는 그는 "'리바운드'를 촬영하면서도 숙소 선반에 '슬램덩크'의 마지막 권을 올려뒀다"고 했다. "'슬램덩크'로 시작한 농구 열기가 우리 작품에 나비효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