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머린스)가 아버지의 기일에 일본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러 최고 시속 164㎞의 빠른 공을 던졌다.
3월 11일은 동일본대지진 12주년이자, 사사키 아버지의 12주기였다.
사사키는 이날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체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을 2피안타 1실점(비자책) 8탈삼진으로 막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64㎞였다.
일본은 사사키의 역투 속에 체코를 10-2로 꺾고 대회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호주(2승)와 체코(1승 1패)도 3승을 거둘 가능성이 있어서 아직 '8강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일본이 B조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일본은 12일 오후 7시에 호주와 B조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일본과 체코의 경기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가슴에 품고, 일본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투수로 성장한 사사키의 강속구로 서막을 열었다.
사사키는 1회초 첫 타자 보이테흐 멘시크에게 초구 시속 163㎞의 빠른 공을 던졌다.
멘시크를 우익수 뜬공, 에릭 소가드를 삼진 처리한 사사키는 마레크 흘루프에게 좌익수 쪽 2루타를 맞아 위기에 몰렸다. 마르틴 체르벤카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으나, 유격수 나가노 다쿠무가 송구 실책을 범해 실점(비자책)도 했다.
그러나 사사키는 마테이 멘시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첫 이닝을 끝냈다.
이후 사사키는 쾌투 행진을 벌였다.
1, 2회에는 체코 선발 온드르제이 사토리아의 느린 공에 적응하지 못했던 일본 타선은 3회에 3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2사 1, 2루에서 요시다 마사타카가 좌익수 쪽으로 날아가는 2타점 2루타를 쳤고, 야마다 데쓰토가 좌전 적시타로 요시다를 홈에 불러들였다.
일본은 4회 1사 2루에서 터진 라스 눗바의 증전 적시타, 곤도 겐스케의 우익수 쪽 2루타, 오타니 쇼헤이의 오른쪽 담을 직격하는 2루타, 요시다의 희생플라이 등으로 4점을 추가해 승기를 굳혔다.
타선도 활발하게 터졌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사사키였다.
사사키는 이와테현 출신이다.
10살이던 2011년 3월 11일, 대지진이 일어났고 사사키는 아버지와 조부모를 잃었다.
사사키는 고향을 떠났지만, 자신과 캐치볼을 하던 아버지와의 기억은 가슴에 담았다.
그는 일본 산케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야구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 뭔가에 열중할 수 있어서 힘든 시간을 버텼다"며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빠른 공을 던지는 유망주로 주목받은 사사키는 지난해 4월 10일 오릭스 버펄로스를 상대로 9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는 '퍼펙트게임'에 성공하며 자신의 위상을 더 높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사사키를 '예비 빅리거'라고 부른다.
산케이스포츠는 "내성적인 사사키는 자신을 내세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지진의 피해자를 위한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했다.
일본이 아픈 기억을 떠올린 11일, 사사키는 강렬한 투구로 일본 팬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위로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