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세계 여성의 날(8일)을 맞아 영국이 학교 체육 시간에 여학생도 남학생만큼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공표했다.
지난해 8월 유럽여자축구선수권대회(여자 유로 2022)에 우승한 잉글랜드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공개서한으로 전한 당부에 정부가 약 7개월 만에 공식 화답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체육 수업 중 여학생에게도 축구를 가르치는 비율을 남학생과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 프로그램을 8일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당국은 각 학교가 주당 최소 2시간을 체육 과목으로 할애하도록 공식 권장한다.
남녀 학생들에게 축구 수업을 동등한 비중으로 교육한 학교에는 당국 차원의 인센티브도 준다.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부처 간 협업 끝에 향후 2년간 체육·스포츠 장려금으로 투입할 6억파운드(약 9천375억원)의 기금도 확정했다.
무엇보다 향후 남녀 학생에 특정 스포츠 종목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일을 새로운 표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이런 조치는 정부가 지난해 여자 유로 2022에서 우승한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변화를 요구하면서 마련됐다.
당시 결승에서 독일을 꺾고 잉글랜드에 56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의 감격을 안긴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직후 축구를 둘러싸고 여학생들이 마주한 '불평등'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23명의 선수는 이 서한에서 "많은 여학생이 학교에서 축구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모두 자라면서 경험한 일"이라며 "축구를 하지 못하게 제지받기도 했다. 우리끼리 팀을 만들어 전국을 다녀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요즘 여학생들은 우리보다 기회를 많이 받아야 한다"며 "점심시간, 체육 수업에 축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젠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으로 뛸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해 7월 잉글랜드축구협회(FA)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까지 영국 학교에서는 여학생의 63%만이 교과과정에서 축구를 배울 기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에서는 72%의 여학생이 체육 시간 등을 통해 축구를 즐기지만, 중등학교(중·고교)에서는 이 수치가 44%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작년 '암사자'(잉글랜드 여자 대표팀의 별칭)의 승리가 판을 바꿨다. 이제 어린 여학생도 그라운드로 나설 때 축구가 자신을 위한 스포츠라는 걸 알게 됐다"며 "대표팀의 '유산'을 토대로 학교도 남학생과 똑같이 축구할 기회를 여학생에게 주길 바란다"고 새 프로젝트 취지를 밝혔다.
질리언 키건 교육부 장관은 "남자든, 여자든 모든 아이는 질 높은 스포츠나 활동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체, 정신 건강에도 좋지만 평생 팀워크와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는 데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