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그렇게 느리게 페널티킥을 차면 누구든 박스 안으로 1야드(약 0.9m) 정도는 침범하게 됩니다."
독일 프로축구 도르트문트의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이 팀의 패배를 부른 페널티킥 판정에 아쉬움 속내를 드러냈다.
도르트문트는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첼시에 0-2로 졌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1-0으로 이긴 도르트문트는 2차전에서 역전을 당하며 1·2차전 합계 1-2로 뒤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도르트문트로서는 후반 8분 첼시의 카이 하베르츠에게 두 번째 골을 페널티킥으로 내준 과정이 매우 아쉬웠다.
첼시의 벤 칠웰이 왼쪽에서 올린 패스가 페널티지역 안의 마리우스 볼프의 왼손에 맞았다.
둘 사이 거리가 가까웠기에 핸드볼로 판정되지 않을 여지도 있어 보였지만, 주심은 페널티 스폿을 찍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키커로 나선 하베르츠의 슈팅이 오른쪽 골대에 맞고 나왔는데, 주심은 페널티킥을 다시 찰 것을 주문했다.
하베르츠가 차기 직전 페널티지역과 페널티아크에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일부 들어온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페널티킥을 차기 전 페널티지역이나 페널티아크에 다른 선수가 침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엄연히 규정집에 있는 내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칼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날 문제의 상황에서 일찍 골대 쪽으로 뛰쳐나간 나머지 '선'을 넘어버린 도르트문트 선수는 느린 화면으로 봤을 때 3명 정도로 많기는 했다.
하베르츠는 다시 찬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호기롭게 첫 번째 시도에서와 마찬가지로 골대 오른쪽 하단을 노려 골망을 출렁였다.
그리고 이 골이 결국 도르트문트를 UCL에서 탈락시켰다.
경기 뒤 벨링엄은 "볼프가 손으로 뭘 더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페널티킥을 선언한 판정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첼시가 두 번째 페널티킥을 얻은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페널티킥을 매번 그렇게 느리게 찬다면, 1야드 정도 선을 넘는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심이 그런 결정을 내렸고,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베르츠는 페널티킥을 차기 전 종종걸음으로 준비 동작을 오래 가져가는 선수다. 특히 킥하기 직전 한 템포를 쉬기도 하는데, 이날도 그랬다.
이 때문에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규정 위반'은 더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에딘 테르지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감독으로서 팀과 코치진의 성과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심판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면서 "심판에 대한 말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