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캠프] 훈련에 매진하는 야구대표팀, 팬 환송회 없이 떠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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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캠프] 훈련에 매진하는 야구대표팀, 팬 환송회 없이 떠나는 아쉬움

모이자주소 0 196 -0001.11.30 00:00

일본 대표팀 연일 '구름 관중'과 대조…국내 마지막 평가전도 무관중으로

강풍에 헛웃음만
강풍에 헛웃음만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 보조 구장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투수 김광현이 강풍에 헛웃음을 지으며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2.23 [email protected]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야구의 세계화'를 표방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 주도로 2006년 출범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사라지지 않고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두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다.

MLB 스타들의 출전 거부로 출범과 함께 좌초할 위기에 놓인 WBC를 사실상 두 나라가 살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두 나라는 2006년 초대 대회, 2009년 2회 대회에서 잇달아 명승부를 펼치며 아시아 야구의 힘을 만방에 뽐냈다.

프리미어12, 올림픽, WBC 등 굵직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도 두 나라는 비슷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일본야구기구(NPB)는 그야말로 전력을 다해 대표팀을 지원한다.

일본 야구대표 다르빗슈에게 몰려든 일본 팬들
일본 야구대표 다르빗슈에게 몰려든 일본 팬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WBC에서 14년 만에 격돌하는 한일전을 앞두고 두 나라 대표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일본 미야자키현에 지난 17일 소집한 일본 대표팀의 훈련지에는 특급 스타들을 보려고 연일 '구름 관중'이 몰린다.

일본 대표팀이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25∼26일·미야자키현), 주니치 드래건스(3월 3∼4일·나고야시)와 치르는 경기를 일본 언론은 '장행(壯行) 경기'라고 쓴다.

장한 뜻을 품고 먼 길을 떠난다는 뜻의 장행은 일본에서 자주 쓰는 표현으로, WBC라는 큰 대회에 출전하는 일본 대표팀이 기대하는 성적을 거두라는 의미에서 언론과 팬들이 격려하는 자리다. 당연히 유료 경기로 운영된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15일 집결한 한국 야구대표팀은 23일 현재 조용한 분위기에서 전력을 극대화하는 중이다.

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와 투손에서 치른 두 차례 연습 경기에는 MLB 스카우트와 대표팀을 취재하는 한국 취재진만 있을 뿐 경기를 보려는 우리 동포나 현지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다.

'소통 리더십' 주장과 대화하는 이강철 감독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 실내 연습장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타격 훈련 중인 주장 김현수와 대화하고 있다. 2023.2.23 [email protected]

우리 대표팀은 28일 투손 훈련을 마무리하고 3월 1일 귀국해 3월 3일 대표팀 결성 후 6번째이자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SSG 랜더스와 평가전을 치르고 3월 4일 일본으로 떠난다.

KBO 사무국에 문의한 결과 이 평가전 역시 무관중으로 치러진다고 한다. SSG와의 연습 경기가 비공식 형태로 진행될 수 있어서다.

한국 야구의 부활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야구대표팀 선수들과 이강철 대표팀 감독이 팬 앞에서 WBC 출사표를 올리고, 프로야구 팬들이 진심으로 응원하며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환송회 같은 자리가 마련됐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쌀쌀한 날씨, 점퍼부터 입고
쌀쌀한 날씨, 점퍼부터 입고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 보조 구장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투수 김원중(왼쪽)과 정우영이 트레이닝에 앞서 점퍼를 착용하고 있다. 2023.2.23 [email protected]

이처럼 한국과 일본의 WBC 열기 온도 차가 비교적 크게 나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2019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올림픽을 잇달아 제패했다. 진정한 야구 최강국을 가리는 WBC에서도 여세를 몰아 우승하기를 바라는 여론이 높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두 대회에서 일본의 벽에 막혀 각각 준우승, 4위에 머물렀다.

국제 대회의 부진과 일부 선수들의 실망스러운 행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이 맞물리면서 프로야구 인기는 침체했다.

이를 잘 아는 야구대표팀은 4강에 진출해 팬들의 신뢰를 되찾고 이를 KBO리그 흥행 부활로 이어가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일본 대표팀은 따뜻한 자국 남쪽에서 전력을 끌어올린 뒤 팬들 앞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자국의 안방인 도쿄돔에서 WBC B조 본선 1라운드를 치른다.

홈어드밴티지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이다.

에이스의 고독
에이스의 고독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2일(현지시간) 먹구름이 드리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 보조 구장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투수 양현종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이날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과 프로야구 KBO리그 kt wiz의 평가전이 비와 강풍으로 인해 연기되며 양현종의 실전 등판도 미뤄졌다. 2023.2.23 [email protected]

그러나 우리나라 프로야구팀들은 추운 한국을 떠나 미국, 일본, 호주, 괌 등에서 정규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KBO 사무국은 이강철 대표팀 감독이면서 kt wiz 현역 사령탑이라는 점, 미국에서 10개 구단 중 대표팀 선수들이 속한 6개 구단이 훈련 중이라는 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두 빅리거의 합류 불발로 훈련과 실전에서 둘을 대체할 요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kt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투손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투손에서 최대한 전력을 끌어올리고 한국에서 사흘간 시차 적응을 거쳐 일본에서 나흘간 마지막으로 전력을 가다듬겠다는 촉박한 시간표를 짜다 보니 팬들과 접점을 찾을 기회를 찾지 못했다.

비, 강풍 등 투손 지역의 날씨마저 대표팀의 앞길을 막아 훈련에도 차질을 빚었다.

날씨 이기고 달리며 트레이닝
날씨 이기고 달리며 트레이닝

(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 보조구장에서 양현종 등 투수조 선수들이 트레이닝을 받으며 달리고 있다.
이날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과 프로야구 KBO리그 kt wiz의 평가전은 비와 강풍으로 인해 취소됐다. 2023.2.23 [email protected]

'팬 없는 환송회'는 KBO리그 출범 40년이 지나도록 '야구 산업'을 바라보는 국내 야구계의 인식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대표팀 유니폼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는 후문이 들리기도 하나 '사무라이 저팬'이라는 이름의 대표팀 라이선스 사업으로 큰돈을 버는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다. 유료 관중 '장행 경기'도 이와 연동된다.

KBO 사무국이 장기 계획을 세워 대표팀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프로 10개 구단이 밀어줘야 하는 현실인데도 일부 구단이 WBC 예산을 깎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안타까운 일은 늘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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