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손[미국 애리조나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부상으로 예비명단에 빠져있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연일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애구 대표팀 주전 1루수 박병호(37·kt wiz) 이야기다.
박병호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평가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는 1회 첫 타석 1사 2루 기회에서 상대 선발 김기훈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터뜨렸고, 4회엔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때렸다.
2회 타석 땐 중견수 플라이를 날리는 등 모든 타구를 외야로 날려 해결사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지난 17일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에서도 3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최근 2경기 타율은 5할이 넘는다.
박병호는 지난해 9월 KBO리그 정규시즌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앞뒤 인대를 심하게 다쳐 11월에 발표한 WBC 대표팀 50인 예비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무서운 속도로 회복해 지난달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이 소속 팀 반대로 WBC 출전이 무산되면서 박병호의 책임감은 더 커졌다. 그는 이번 대회 주전 1루수 책무를 맡았다.
박병호는 주변의 우려를 씻고 맹활약 중이다.
그는 최근 대표팀 전지 훈련에서 타격, 수비, 주루 훈련을 모두 정상적으로 받았고, 연습 경기에서도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박병호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발목 부상은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며 "대표팀에 뽑혔을 때부터 1루 수비를 준비했다. 오늘 경기에선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다음 경기는 수비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병호는 이번 대회를 자신의 마지막 국제대회라고 생각한다.
그는 "사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썩 좋지 않았고 많은 비난을 받았다"며 "국제대회가 끝난 뒤 항상 후회가 남았다. 이번 대회는 대표선수로 출전하는 마지막 장이라고 여기고 후회 없이 귀국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병호는 자신의 최대 장점인 장타력으로 대표팀 승리를 이끄는 장면을 꿈꾼다.
최근 번트 훈련까지 소화했던 박병호는 "혹시 번트를 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대타로 교체될 것 같다"며 웃은 뒤 "번트를 대는 것보다는 강공으로 가는 것이 득점 확률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번트를 댄 것이 언제인지 묻는 말엔 "LG 트윈스 소속 시절(2005년~2011년)"이라며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