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분위기가 챔피언결정전인 줄 알았어요, 어휴…."
프로농구 서울 SK의 전희철 감독은 1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선두 안양 KGC인삼공사를 85-79로 꺾은 후 취재진 앞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올 시즌 최다 관중이 내는 함성 속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자 마음을 잔뜩 졸였다가, 승리를 따내면서 긴장이 풀린 것이다.
전 감독은 "팬들께서 많이 오셔서 이겼다. 원정 경기였으면 졌다"고 돌아봤다.
이날 장내에는 공식 집계 기준 5천271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지난해 12월 25일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SK와 서울 삼성의 크리스마스 'S-더비' 기록(5천210명)을 넘은 올 시즌 최다 관중이다.
서울 잠실의 학생체육관(SK)과 실내체육관(삼성)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두 팀의 맞대결인 S-더비는 대표적인 프로농구 흥행 매치인데, 이날은 이벤트 경기가 아닌데도 크리스마스 기록을 넘은 것이다.
전 감독은 "지칠 만한 시점에 팬들의 응원 덕에 힘이 더 생긴 것 같다"며 "나도, 선수들도 이런 성원을 받으면 힘든 걸 잊고 에너지가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3쿼터 서로 치고받을 때 응원 소리를 듣고 오늘 이길 수 있겠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했다.
두 팀은 지난 시즌 나란히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혈투를 펼친 사이다.
지난해 5월 치른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에서는 SK가 4-1로 웃었다.
이날 20점 10어시스트를 올리며 승리의 1등 공신이 된 김선형도 작년 챔피언결정전을 떠올렸다.
그는 "만원 관중 속에서 챔프전 생각이 났다. 정말 재미있게 경기했다"며 "상대가 괜히 1위 팀이 아니더라. 10연승을 이룬 팀답게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함성을 내지르며 환호했다.
1쿼터 중반부터 인삼공사의 렌즈 아반도가 덩크슛을 작렬하며 환호성을 끌어냈고, SK의 자밀 워니는 2쿼터 종료와 함께 먼 거리에서 3점을 꽂아 넣으며 경기장을 함성으로 채웠다.
이 순간을 떠올린 워니는 "올 시즌 들어서 가장 멀리서 득점한 순간인 것 같다. 우리의 흐름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득점"이라 했다.
그러면서 "우린 인삼공사와 너무 많은 경기를 했다. 서로가 잘 안다"며 "최준용이 없는데도 다른 선수들이 힘을 내서 승리를 가져와 의미가 크다. 앞으로 챔피언에 도전하는 데 큰 힘이 될 경기"라고 짚었다.
홈 팬들에게 짜릿한 승리를 선물한 선수들에게 전 감독은 연신 칭찬과 감사를 전했다.
그는 "오늘은 선수들에게 칭찬만 할 것"이라며 "이렇게 훌륭한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 나도 복을 받은 감독"이라고 기뻐했다.
특히 지난 11일부터 9일간 6경기를 치렀는데도 힘든 내색 없이 승리를 챙겨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했다.
이 구간 SK는 12일 창원 LG전(84-94 패)을 빼면 모두 이겼다.
전 감독은 "정말 힘든 일정이었다. 시즌 전부터 이때를 걱정했다"며 "내일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겠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겠나"하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기니까 이 구간도 재미있는 일정인 것 같다. 계속 이기니까"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