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잇달아 유치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도 가져간다.
FIFA 평의회는 만장일치로 사우디를 2023 클럽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클럽 월드컵은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최고 무대인 FIFA 월드컵처럼, 최고의 클럽팀을 가리는 대회다.
올해 12월 12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올해 대회에는 6개 대륙 챔피언과 개최국 챔피언이 출전해 '세계 챔피언'을 가린다.
사우디는 브라질, 스페인,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카타르에 이어 이 대회를 유치한 6번째 나라가 됐다.
사우디는 최근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이달 초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2027년 아시안컵 개최권을 따냈으며, 2026 여자 아시안컵 유치도 추진 중이다.
스페인 축구 국왕컵과 라리가 우승·준우승팀이 4강 토너먼트를 벌이는 대회인 스페인 슈퍼컵은 스페인이 아닌 사우디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프로복싱의 '빅매치'였던 올렉산드르 우시크(우크라이나)와 앤서니 조슈아(영국)의 세계복싱협회(WBA), 국제복싱연맹(IBF), 세계복싱기구(WBO), 국제복싱기구(IBO) 헤비급 통합 타이틀 매치도 사우디에서 열렸다.
사우디 제다에서는 포뮬러원(F1) 그랑프리가 202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가 많은 돈이 들어가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모양새다.
스포츠 이벤트는 아니지만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도 사우디 리야드가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대형 이벤트를 '스포츠 워싱'에 이용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들은 결혼하거나 감옥에서 풀려날 때, 심지어 성·생식기 관련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 모두 남성 보호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여성 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 나라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한 배후로 지목된다.
대표적인 인권 탄압국인 사우디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려고 스포츠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사우디 관광청이 2023 호주·뉴질랜드 FIFA 여자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자 FIFA가 인권단체와 양국 축구 팬들로부터 크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사우디가 올해 클럽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자 성명을 내고 "FIFA가 여자 월드컵 후원사로 사우디 관광청을 선정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표현의 자유, 차별,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고려 없이 사우디를 클럽 월드컵 개최국으로 발표했다"면서 "FIFA는 사우디의 끔찍한 인권 탄압 전력을 또 한 번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FIFA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FIFA는 이번 평의회 의결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사우디의 클럽 월드컵 유치가 아닌 FIFA가 '역대 최고 수익'을 거둔 점을 강조했다.
FIFA는 "2019-2022년 76억 달러(약 9조6천900억원)의 사상 최고 수익을 올렸다. 2023~2026년에는 110억 달러(약 14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본다"고 자랑했다.
한편, FIFA 평의회는 2025년부터 4년 주기로 확대돼 열리는 클럽 월드컵의 대륙별 티켓을 확정했다.
2025년부터는 클럽 월드컵에 32개 클럽이 출전하는 가운데, 유럽축구연맹(UEFA) 12장, 남미축구연맹(CONMEBOL) 6장,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 아시아축구연맹(CAF), 아시아축구연맹(AFC) 각 4장,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1장으로 본선 티켓이 분배됐다. 대회 개최국 챔피언이 남은 1장의 출전권을 가져간다.
FIFA 평의회는 또 월드컵 개최국이 본선에 자동 진출하는 관례가 2026년 북중미 대회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를 개최하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직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