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이번 시즌 가장 의미 있는 승리를 따낸 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의 미들 블로커 김수지(35)는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장에 들어왔다.
1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에서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10득점에 성공해 팀의 세트 점수 3-1 승리를 이끈 김수지는 "준비한 그대로 플레이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가 더욱 뜻깊은 이유는 IBK기업은행이 직전 경기인 8일 KGC인삼공사전에서 시즌 최악의 졸전 끝에 0-3으로 패해서다.
김호철 감독이 흥국생명과 경기에 앞서서 "선수들의 의욕이 보이지 않았다. 팬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힐 정도로 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첫 1위 등극을 노리던 팀 흥국생명을 맞아 승점 3을 따낸 것이다.
이번 시즌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전 4전 전패를 당했던 터라 더 값진 승리다.
김수지는 "준비한 대로 분석하고 움직였다. 좋은 공이든, 어려운 공이든 차분하게 풀어가려고 했던 게 잘 맞았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경기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직접 지켜봤다.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세사르 곤살레스 감독과 함께 4강 신화를 함께 일궜던 김수지는 그 대회가 끝난 뒤 김연경(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과 함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세대교체 진통을 겪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영광의 시간을 뒤로 하고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1승 16패로 부진했다.
김수지는 대표팀 복귀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한 뒤 "그래도 현역으로 뛰고 있으니 고민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면서 "(현재 대표팀에) 센터로 좋은 선수가 너무 많아서 (제안이 오지는 않을 것)"라며 웃었다.
이미 대표팀에서 은퇴한 김수지 외에도 김희진, 표승주 등 대표 선수가 포진한 IBK기업은행은 기복을 줄이는 게 숙제다.
계획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만, 조금만 어긋나도 무너지기 일쑤다.
이 때문에 팀 순위는 11승 17패, 승점 34로 여전히 6위다.
김수지는 "우리 팀은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 어려운 팀이기도 하면서 무너질 땐 한없이 쉬워진다"고 인정한 뒤 "준비했던 것들이 그대로 코트에서 나왔다면 지금 순위가 상위권일 것"이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