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흔히들 골밑, 골밑, 골밑을 요구한다. 그건 내 경기 방식이 아니다."
프로농구 선두 안양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이 외곽슛으로 무장한 '새로운 유형의 빅맨'를 자처했다.
전통적 빅맨과 달리 외곽슛 위주로 공격하는 자신의 경기 스타일에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다.
스펠맨은 9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주 DB와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26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80-7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스펠맨은 "나는 앞에 어떤 선수가 있든 나만의 경기 방식으로 맞선다"며 "DB의 외국인 선수 레나드 프리먼이 있든, 한국 선수인 강상재가 있든, 골밑이 아닌 외곽슛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스펠맨은 골밑 득점을 올리기보다는 중거리 슛, 3점을 즐겨 던진다.
수비와 조금이나마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어김없이 슈팅 자세를 취하고, 때로는 3점 라인에서 훨씬 먼 곳에도 지체 없이 슛을 쏘아 올린다.
올 시즌 40경기 출전한 스펠맨은 경기 당 8개가량 3점을 던지는데, 이는 고양 캐롯의 슈터 전성현(9.6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성공률도 36.4%로 나쁘지 않다.
스펠맨은 "전통적으로 외국인 선수는 체격에서 우위라서 한국 선수가 막으면 골밑을 공략한다. 그게 영리한 방법이라는 건 인정한다"며 "하지만 나는 새로운 유형의 농구를 하는 선수다. 그 경기 스타일을 상황에 따라서 바꾸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선수가 '자기만의 스타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과 같이 외곽에 중점을 둔 빅맨으로 DB의 강상재를 언급하며 "강상재는 외곽, 서울 SK의 자밀 워니나 울산 현대모비스의 게이지 프림, 전주 KCC의 라건아는 골밑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과 비교하면 나는 슈팅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본인의 방식에 집중하는 게 제일 좋다"고 덧붙였다.
김상식 감독도 '외곽 빅맨' 스펠맨의 파급 효과를 인정한다.
흔히 외국인 선수에게 투쟁심 있게 골밑을 공략할 것을 주문하는 다른 지도자와 달리 김 감독은 스펠맨의 슈팅을 장려한다고 한다.
김 감독은 "빅맨들이 슛을 던지면 수비가 끌려 나와 골밑 쪽에 공간이 넓어진다"며 "예전에는 센터에게 공을 투입해 가드를 공략하도록 했지만 이제는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상대로 1대1 공격에 나선다. 코트 내 공간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곽을 선호하는 스펠맨 덕을 가장 많이 보는 선수가 바로 팀의 돌격대장 변준형이다.
변준형은 올 시즌 매 경기 14.4점을 기록 중인데, 프로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는 "스펠맨이 외곽에서 공격하면서 내가 상대 골밑을 공략하기 수월해졌다. 스펠맨이 상대 외국인 선수를 밖으로 빼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스펠맨의 컨디션이면 누구랑 붙어도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팀과 경기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