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세계 야구 최강국 결정전을 표방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2006년 출범해 올해 3월에 5회째 대회를 치른다.
2009년부터는 4년 간격으로 열렸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 확산 탓에 2017년 4회 대회 이후 6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다.
출범 후 17년이 지나다 보니 제법 역사가 쌓여 이번 대회에서 4강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에는 선수로 WBC를 뛰고 이젠 코치로 WBC 태극마크를 단 4명이 있다.
김민재(50) 1루 수비 코치, 진갑용(49) 배터리 코치, 정현욱(45) 투수코치, 배영수(42) 불펜코치가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할 영예의 주인공이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에서 올해 3루 주루·작전 및 벤치코치로 활동할 김민재 코치는 현역 시절 2006년 초대 대회 멤버를 지냈다.
KIA 타이거즈의 수석코치인 진 코치는 2006년, 2013년 두 차례 WBC에 출전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1군 투수 파트를 책임지는 정현욱 코치는 2009년 WBC 준우승팀의 일원이었으며 롯데 자이언츠의 새 1군 투수 코치인 배영수 코치도 2006년 원년 대표팀의 한자리를 꿰찼다.
4명의 코치 모두 우리나라 대표팀이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2006년과 2009년 WBC 대표로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한국은 이후 2013년과 2017년에는 1라운드에서 탈락해 쓴맛을 봤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배영수 코치와 정현욱 코치다.
배 코치는 2006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숙명의 한일전에서 일본 대표팀의 간판타자 스즈키 이치로의 엉덩이를 맞혀 일약 '배열사'로 떠올랐다.
당시 '한국이 30년 동안 일본을 이길 생각을 못 하게 만들겠다'던 이른바 '30년 발언'으로 한국 야구팬들의 '밉상'이 된 이치로에게 배영수 코치가 한 방을 제대로 먹였다.
2008년 삼성에서 중간 계투로 53경기에 등판해 무려 127이닝을 던져 '국민 노예'로 불린 정현욱 코치는 이듬해 WBC 대표팀에서도 견고한 투구로 한국의 준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정 코치는 2회 WBC에서 5경기에 등판해 우리나라 계투진 중 가장 많은 10⅓이닝을 던지며 삼진 13개를 솎아내 최후의 보루 노릇을 했다.
시속 150㎞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으로 야구 강국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해 '정현욱의 재발견'이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김민재 코치와 진 코치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후배, 선수들과 코치진 간의 가교 노릇을 충실히 하며 뛰어난 분위기 메이커로 자질을 입증했다.
이번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30명 중 WBC를 뛴 적이 있는 선수로는 김광현·양현종(이상 투수), 최정(내야수), 김현수·박건우(이상 외야수), 양의지(포수)가 있다. 코치로 후배들과 의기투합하는 4명의 전직 멤버들도 한국 야구의 새로운 중흥을 위해 지략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