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극단적 3점 농구를 표방했다가 극심한 외곽 난조를 겪은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김승기 감독은 "다음 경기에 더 터지기 위해 오늘 망가진 것이라 믿는다"고 팀을 다독였다.
캐롯은 3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하위 서울 삼성과 홈 경기에서 68-65로 어렵게 이겼다.
역대 최고 화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외곽포가 말썽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재미있게 경기하려면 외곽(슛)을 막 던져야 한다. 그냥 빨리 넘어가서 빨리 던지고 오라고 한다"며 '3점 농구'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런 자신감이 무색하게 캐롯은 33개를 던져 무려 28개를 놓쳤다. 성공률로 보면 15%에 그친다.
김 감독은 "양 팀 다 졸전이었다. 너무 경기가 안 풀렸다"며 "어떻게 이긴 건지…우리가 덜 못해서 이겼다. 더 할 말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오늘처럼 못하고 이긴 게 다음 경기를 위한 약이 될 것 같다"며 "다음 경기에는 이번 경기처럼 못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고 했다.
김 감독이 언급한 '다음 경기'란 다음 달 2일 예정된 선두 안양 KGC인삼공사와 홈 경기다.
두 팀의 경기는 지난 시즌 인삼공사를 지휘한 김 감독과 주축이었던 전성현이 캐롯에 합류하며 '김승기·전성현' 더비로 꾸준히 팬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원투펀치 전성현, 이정현이 도합 3점 10개를 던져 모두 놓치는 등 부진한 가운데 팀을 이끈 건 29점 19리바운드를 올린 외국 선수 디드릭 로슨이었다.
국내 선수 중에는 조한진(12점)이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그는 이날 캐롯에서 3점을 2개 이상 성공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조한진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자마자 "군대를 보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조한진이) 한 골을 넣으면 흥분해서 난리를 친다. 그러면 안 된다"며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데 흥분만 하면 어쩔 줄을 모른다. 그걸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능력이 있는 선수다. 내가 강하게 말하긴 했지만 오늘 잘해줬다"며 "꼭 성공시키고 싶다. 나도 '독하더라도 키워주는 감독이 되겠다'고 말해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의 평가를 들은 조한진은 "군대를 빨리 다녀와야 하는 게 맞다. 사람이 변한다고 하는데 차분해져야 한다"고 동의했다.
조한진은 "감독님께 매번 흥분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나도 고민"이라며 "사실 너무 힘들다. 하지만 관심이 있으셔서 그렇게 하시는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힘들긴 하지만 나를 위한 조언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애제자'로 꼽히는 전성현도 "감독님께서 인삼공사 시절보다 많이 유해지셨다. 한진이는 아직 절반 정도만 당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발전 가능성이 없으면 따로 관심을 주지 않으신다. 한진이가 성공할 것이라고 보시는 것"이라며 "잘 받아들이면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