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선수가 임신했다는 이유로 트레이드됐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뛰던 데리카 햄비(30·미국)는 22일(한국시간) LA 스파크스로 트레이드됐다.
라스베이거스는 햄비와 2024년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LA로 보내는 대신 2024년 신인 2라운드 지명권과 LA 소속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아만다 자후이에 대한 우선 교섭권을 받기로 했다.
햄비는 2015-2016시즌 한국여자프로농구 청주 KB에서도 뛰었던 선수다.
트레이드 발표 직후 햄비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번 트레이드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트레이드는 프로 리그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전제하며 "하지만 거짓말, 괴롭힘, 차별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햄비는 지난해 6월 라스베이거스와 2년 연장 계약을 했다.
2017년 2월에 딸을 출산한 햄비는 지난해 9월 라스베이거스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뒤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 임신한 상태로 경기에 뛰었다는 것이다.
햄비와 구단의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6월 연장 계약할 당시 햄비가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점이다.
햄비는 "구단은 연장 계약을 하면서 내가 임신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 것인가"라며 "나는 (5월 개막하는) 2023시즌에 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임신 기간 내내 시즌 준비를 해왔으며, 심지어 걷기에 불편함을 느낀 날에도 훈련을 소화했다"며 "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말이 들리더라"고 주장했다.
WNBA 올스타 출신인 내털리 윌리엄스 단장, 베키 해먼 감독 등 여성 지도자들이 있는 구단에 대한 실망감도 감추지 않았다.
햄비는 "가족과 여성의 권한 강화를 말하는 구단과 여성들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WNBA 선수협회도 성명을 내고 "이번 일이 리그 규약이나 연방 법률에 어긋나는 점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WNBA는 2020년 선수협회와 맺은 규약을 통해 임신한 선수들에 대한 보호 규정을 8년간 적용하기로 했다.
1997년 셰릴 스웁스, 2019년 스카일라 디긴스 스미스 등 리그 간판선수들이 출산을 이유로 한 시즌을 통째로 비운 사례가 있다.
AP통신은 "라스베이거스 구단에 입장을 문의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라스베이거스 구단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8시즌 동안 팀 우승을 이끈 햄비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글을 남겼다.
햄비는 2019년과 2020년 WNBA 식스맨상을 받았고, 2021년과 2022년 올스타에 뽑혔다. 국내에서 뛸 때도 2016년 3월 정규리그 7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