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t wiz의 핵심 불펜 주권(27)은 지난해 10월 중국야구협회(CBA)로부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달라는 요청 이메일을 받고 수일 동안 고민하다 정중하게 거절했다.
2017 WBC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7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주권은 2017 WBC에 중국대표팀 일원으로 출전했다가 일부 네티즌들의 혐오성 비난에 시달렸다.
주권은 3일 통화에서 "그때 받은 상처가 매우 컸다"며 "WBC는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꿈의 무대라 욕심이 났지만, CBA에 죄송하다고 답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CBA는 2주 뒤 주권에게 연락을 취해 WBC 대표팀 합류를 재차 요청했다. 주권의 합류가 절실하다는 내용도 전달했다.
주권은 수개월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꿈을 위해 용기를 내기로 했다.
주권은 2일 이강철 kt 감독과 나도현 kt 단장을 찾아 중국대표팀으로 WBC 출전을 요청했고 허락을 받았다.
그는 "솔직히 WBC 출전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며 "솔직히 (한국 팬들의 비난이) 두려웠다. 그러나 최고의 무대에서 공을 던질 기회를 주변 비난 때문에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을 때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가 한국 대표팀에 뽑혔다면 당연히 '우리나라' 선수로 WBC에 출전했을 것"이라며 "WBC 본선 1라운드에서 중국과 '우리나라'가 맞붙는데 그 경기는 뛰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주권은 한국을 '우리나라'로 지칭했고, 한국과 맞대결에선 등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WBC 출전을 허락해주신 이강철 감독님과 동료들에 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일본 등 다른 팀과 경기에선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주권의 중국대표팀 합류는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비난의 대상도 아니다.
WBC는 야구의 국제화를 위해 선수들이 부모 혹은 조부모 국적을 따라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허가한다.
이미 수많은 정상급 선수들은 자신의 국적이 아닌 부모 혹은 조부모 국적에 따라 WBC에 출전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에도 한국인 어머니를 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주전 내야수 토미 현수 에드먼이 합류할 예정이다. 누구도 에드먼을 두고 미국을 배신했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권은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의 도 넘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주권은 '에드먼의 상황과 크게 비교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가슴이 아프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에 관한 국내 인식이 다르다 보니 비난 목소리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이 또한 내가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답했다.
현재 국내에서 개인 훈련 중인 주권은 다음 달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열리는 kt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이후 2월 말 WBC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이동해 중국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주권은 중국 지린성에 태어났으며 12살이던 2007년 한국으로 귀화한 뒤 청주중, 청주고를 거쳐 kt에 입단했다.
그는 2020시즌 31홀드를 올리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고, 2022시즌에도 3승 3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91로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