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해 프로야구 최초로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의 위업을 이룩한 SSG 랜더스는 정상에 오른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단장 교체 논란에 휩싸였다.
SSG는 취임 2년 만에 우승을 견인한 류선규 전 단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자 프로구단에 몸담은 지 불과 1년 된 고교야구 감독 출신 인사를 신임 단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이 과정에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역풍이 심하게 불었다.
열성 인천 팬들은 정용진 구단주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항의성 댓글을 달았고 일부는 트럭 시위까지 펼쳤다.
구단주 입장에서는 '내 팀 단장을 내가 알아서 임명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관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프로스포츠에서 '팬심'은 그냥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KBO리그에서는 팬들의 반대로 인해 감독이 계약하자마자 사퇴한 사례도 있다.
2014년 시즌 뒤 KIA 타이거즈는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을 공식 발표했지만, 팬들의 반발이 커지자 선 감독은 1주도 지나기 전에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반대로 2011년 SK 와이번스(SSG의 전신)가 시즌 도중 김성근 감독을 전격 경질하자 팬들이 구단 수뇌부를 비난하며 스탠드에서 플래카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프로야구에서 단장(General Manager)과 감독(Field Manager)은 선수단의 양대 축이다.
단장은 신인 선수 계약과 2군 선수 육성부터 자유계약선수(FA)와 외국인 선수 영입 및 각종 트레이드 등을 통해 팀 전력을 강화하는 자리이다.
감독은 단장이 구축한 팀 전력을 바탕으로 경기에서 선수들을 이끌며 승리를 추구하는 사령탑이다.
단장과 감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팀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새의 양 날개' 격인 단장과 감독은 그만큼 전문성도 필요하다.
수년 전부터 야구인 출신 단장이 많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구인 출신이라고 해서 전부 단장이나 감독을 맡을 만큼 능력이 출중하거나 실력을 제대로 검증받은 것은 아니다.
성공한 단장이나 감독보다 실패한 단장이나 감독이 더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40년 역사의 KBO리그에서는 단장이나 감독을 대부분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 의사결정을 통해 뽑는다.
구단 실무진에서 검증을 통해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기도 하지만 최종 결정은 그룹 최고위층에서 특정 인사를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 뒤 사령탑에 오른 이승엽 두산 감독과 염경엽 LG 감독도 최고위층이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전 지방구단에서 오랜 기간 일했던 한 단장 출신 인사는 야구인들의 로비가 지나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구단 내부적으로 부적격자라고 판단했던 야구인이 출신 동문회를 통해 그룹 최고위층과 접촉한 뒤 갑자기 감독 계약 지시가 떨어졌다고 한다.
형식적으로는 '특별 채용'이지만 내용상으로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받는 사례다.
130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도 단장과 감독 선임은 대부분 구단주가 직접 챙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객관적인 검증과 인터뷰를 통해 뽑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카고 화이트삭스 사령탑에 오른 페드로 그리폴 감독은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었다.
은퇴 후에는 스카우트와 마이너리그 코치를 거친 후 빅리그 팀 벤치코치까지 맡았으나 지명도는 여전히 낮았다.
그렇지만 그리폴은 감독 공개 채용에 나선 두 팀의 인터뷰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먼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감독 인터뷰에서는 떨어졌지만, 화이트삭스 인터뷰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사령탑에 올랐다.
물론 단장이나 감독을 공채로 뽑았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그런데도 투명한 절차를 지닌 공채는 적어도 팬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방편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야구판에 소문이 무성한 일부 야구인들의 지나친 로비 행태도 조금은 잦아들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