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크로아티아가 세계 최강 브라질을 꺾고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에 오르는 데 일등 공신으로는 연장 후반 동점 골을 터트린 브루노 페트코비치(디나모 자그레브)와 든든하게 골문을 지킨 골키퍼 도미니크 리바코비치(디나모 자그레브)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선수, 미슬라브 오르시치(디나모 자그레브)도 빼놓을 수는 없다.
크로아티아는 1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대회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끝에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4강에 올랐다.
0-0으로 맞선 채 맞이한 연장 전반 16분 브라질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에게 선제골을 빼앗겼으나 연장 후반 12분 페트코비치의 동점 골로 균형을 맞췄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는 골키퍼 리바코비치가 브라질의 첫 번째 키커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의 슛을 쳐내 분위기를 가져간 뒤 결국 브라질을 무를 꿇렸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이자 현재 FIFA 랭킹 1위(크로아티아 12위)인 브라질을 꺾은 이변의 중심에는 오르시치도 있다.
공격수 오르시치는 이날 벤치에 있다가 크로아티아가 0-1로 끌려가던 연장 후반 9분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러고는 3분 뒤 왼쪽 측면에서 페널티지역 안까지 파고들어 중앙으로 공을 배달해 페트코비치의 동점 골을 어시스트,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데 일조했다.
숨 막히는 승부차기에서도 크로아티아의 네 번째 키커로 나서서 골대 왼쪽 구석에 깨끗하게 차 넣었다.
1992년생 오르시치는 국내 축구 팬들도 잘 아는 선수다.
오르시치는 2015∼2018년 K리그 전남 드래곤즈와 울산 현대에서 '오르샤'라는 등록명으로 K리그에서 활약한 바 있다.
전남에서 한 시즌 반 동안 49경기에서 14골 11도움을 기록한 오르시치는 2016시즌 도중 중국 창춘 야타이로 이적했다가 2017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다시 K리그에서 뛰며 한 시즌 반 동안 52경기에서 14골 4도움을 기록했다.
오르시치의 K리그 통산 성적은 101경기 28골 15도움이다.
오르시치는 K리그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2018년 5월 자국 최강 클럽인 디나모 자그레브 유니폼을 입고 유럽 무대로 돌아갔다.
이후 2019년 크로아티아 국가대표로 A매치에도 데뷔했고, 결국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도 들었다.
생애 처음 월드컵 무대에 오른 오르시치는 캐나다와 조별리그 2차전(4-1 승) 1도움을 포함해 이번 대회 4경기에 출전해 2도움을 기록하며 크로아티아의 4강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오르시치는 지난달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 진출은 대히트였다"고 말했다. 이제 오르시치는 'K리그의 히트작'이 됐다.
한국이 16강전에서 브라질에 1-4로 져 탈락하면서 카타르 월드컵에서 뛰는 현역 K리거는 아무도 없다. 대신 전직 K리거 오르시치가 크로아티아와 함께 우승 도전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