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배구 남자부 새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37·등록명 아가메즈)는 OK금융그룹 외국인 선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32·등록명 레오)와 앙숙 관계였다.
아가메즈는 현대캐피탈에서 뛰던 2010년대 중반 삼성화재 주포로 활약하던 레오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자리를 두고 불꽃 튀는 신경전을 펼쳤다.
두 선수는 2014년 1월 상대를 자극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아가메즈는 "레오가 상대 선수들을 존경했으면 한다"고 말했고, 레오는 "아가메즈가 존중받고 싶으면 상대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는 당시 프로배구의 흥행 요소였다.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경쟁 구도와 두 선수의 신경전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두 선수의 경쟁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가메즈는 2015년 터키 갈라타사라이 SK로 이적했고, 레오 역시 2015년 터키 지랏 방크시 앙카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아가메즈는 2018-2019시즌 우리카드에 입단했지만, 허리 부상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선수는 올 시즌 한국에서 재회했다.
레오는 2021년 OK금융그룹에 입단했고, 아가메즈는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레오 안드리치의 대체 선수로 지난달 18일 우리카드에 합류했다.
그리고 두 선수는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8년 만에 국내 맞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 사이에 앙금은 남아있지 않았다. 아가메즈와 레오는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하며 모든 기량을 쏟아냈다.
아가메즈는 팀 내 최다 득점인 19점을 올리며 우리카드의 3-1 승리를 이끌었고, 레오 역시 팀 내 최다인 26점을 올리며 트리플크라운(블로킹·서브·후위 공격 각 3개 이상 성공)을 달성했다.
경기 후 만난 아가메즈는 '레오와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는 "사실 레오는 아랍에미리트(UAE) 리그에서 경쟁했기에 큰 감회가 있진 않다"라며 "과거 V리그에선 많은 신경전을 펼치고 경쟁했던 사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난데다 둘 다 가족이 생기면서 (거친) 성향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국에 돌아온 소감에 관해선 "가족들이 한국 생활을 참 좋아했는데, 다시 돌아오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