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은 6일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에만 네 골을 실점한 끝에 브라질에 1-4로 완패했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세계 1위 브라질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회 직전 안와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한 손흥민은 앞선 조별리그 3경기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마스크를 뛴 채 풀타임 활약하며 팀을 이끌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이라는 대한민국의 도전은 브라질이 쏟아낸 무더기 골 앞에서 아쉬움을 삼킨 채 4년 후를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누구도 이 패배를 손가락질하거나 질타할 수 없다. 이 경기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26명의 선수가 90분간 쏟아부은 고생과 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한 몸으로 체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12분의 1에 불과하다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은 그 목표를 이뤄냈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오른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4강 신화를 쓴 2002년 한일 대회를 포함해 통산 세 번째다. 조별 예선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접전 끝에 무승부를 이뤄냈고, 가나에는 비록 3대2로 졌지만, '미친 경기(craze game)'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명승부를 펼쳤다. 호날두가 이끄는 유럽 최강의 포르투갈에 2대1의 역전승을 거두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것은 짜릿함을 넘어 벅찬 감동이었다.
우리 대표팀의 불굴의 경기력과 투지는 '3고'의 경제 파고, 이태원 참사, 정치의 무책임과 혼돈으로 일상이 힘들었던 국민에게 큰 힘을 줬다. MZ 세대들 사이에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구호가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강추위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브라질전을 응원한 한 시민은 "우리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뜻깊은 교훈을 줬다. 덕분에 연말이 즐거웠다"고 했다. 우리가 대표팀을 응원한 게 아니라, 대표팀이 우리를 응원한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봤다. 갓 스물을 넘은 나이에 벤투호의 주축이 된 이강인과 조규성, 백승호 등은 한국의 음바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들임을 입증했다. 그들의 경기력과 투지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가짐이다. 이강인은 경기가 끝난 후 "브라질은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은 나라다. 모든 부분에서 우리보다 앞섰다"고 솔직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내 모든 점이 다 부족했다. 모든 부분을 다 향상해야 한다"고 했다. 끝없는 자기 성찰과 미래의 더 나은 나를 향한 도전 정신은 기성세대들이 오히려 배워야 할 점이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과 파울루 벤투 감독 등 코치진의 아름다운 도전과 성취에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