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1세트가 끝날 때만 해도 이런 경기 흐름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은 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5라운드 방문경기에서 1세트를 25-20으로 손쉽게 잡아냈다.
앞서 우리카드와의 4차례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한국전력은 이번에야말로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푸는 듯 보였다.
하지만 2세트 24-22 세트 포인트를 지키지 못하고 듀스 끝에 세트를 내준 게 치명타가 됐다.
결국 경기는 우리카드의 세트 스코어 3-1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우리카드는 올 시즌 한국전력전 5전 전승을 질주했다.
1세트 부진했던 우리카드 센터 김재휘가 드라마틱한 반전을 일으키며 역전극을 이끌었다.
김재휘는 1세트에서 득점 없이 범실 1개를 기록했다.
김재휘는 19-23에서 김완종의 서브가 상대 수비를 맞고 네트를 그대로 넘어오자 다이렉트 킬을 시도했다.
노마크 상황이었으나 김재휘의 스파이크는 네트를 넘기지 못했다. 우리카드는 허무하게 세트 포인트를 허용하며 첫 세트를 내줬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김재휘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2세트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것은 김재휘였다.
우리카드는 22-24에서 상대 서브 범실로 한숨을 돌렸다. 이어 김재휘가 상대 주포 다우디 오켈로의 오픈 강타를 잡아내 24-24 듀스를 만들었다.
우리카드는 김재휘의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기사회생했고, 그 블로킹이 결국 역전극의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경기 후에 만난 김재휘는 "1세트 다이렉트 킬을 실패해서 심적으로 힘들었다.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었다"며 "2세트 듀스를 만드는 블로킹을 잡아냈을 때는 '살았다' 싶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1세트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김재휘는 2세트부터 네트를 지배했다. 김재휘는 블로킹 6개를 잡아냈다.
결국 승부는 블로킹에서 갈렸다. 우리카드는 블로킹 개수에서 한국전력을 20-7로 압도했다.
그는 2세트부터 살아난 이유에 대해 "신영철 감독님의 조언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며 사령탑에 공을 돌렸다.
시즌 초반만 해도 하위권을 맴돌던 우리카드는 송희채 전역 이후 상승세를 탔고, 센터 김재휘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뒤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우리카드는 2위 KB손해보험에 승점 1을 뒤진 3위를 달리며 '봄 배구'를 넘어 정규시즌 우승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김재휘는 블로킹 1개만 더했으면 개인 최다 타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말에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하는 만큼 기록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