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제17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현지시간) 파리 주재 각국 BIE 대표들과 만나고 있다. 2022.11.30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한 직후 먼 아프리카 대륙에서 한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상대였던 가나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축하를 받았다.
3일(한국시간)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프랑스와 아프리카 2개국을 순방 중인 한 총리는 현재 마지막 순방국인 가나에 머무르고 있다.
가나는 한국의 조별리그 H조 상대국 가운데 하나로 16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필사의 경쟁을 벌인 상대이다. 한국은 지난달 28일 가나와의 2차전에서 2-3으로 석패했다.
한국이 희박한 16강 진출 가능성 속에 포르투갈과 사투를 벌이던 이날 같은 조 가나는 우루과이와 겨뤘다.
한 총리와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의 회담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3시 30분(현지시간 2일 오후 6시 30분), 한국의 극적인 16강 진출이 확정된 직후에 진행됐다.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한 총리와 면담장에 들어오자마자 "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한다"고 말하며 악수를 했다고 한다.
한 총리도 "감사하다"고 말하며 "지난번 한국-가나전도 한국이 비록 졌지만 잘 싸웠다"고 화답했다.
한 총리는 또 "가나도 멋졌다. 서로 최선을 다한 훌륭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약 30분간 이어진 회담 도중 한 차례 더 "16강 진출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많은 가나 국민들이 한국-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을 응원했다고 한다.
가나 국민들 다수가 우루과이에 분한 마음을 지녔기 때문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8강 가나-우루과이전에서 우루과이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의 '신의 손' 사건 때문이다.
1-1 동점에서 돌입한 연장전 막판 수아레스가 가나의 도미니카 아디이아의 헤더를 고의로 손으로 막아내 페널티킥을 내주고 퇴장당했다.
그런데 가나 키커로 나선 아사모아 기안이 실축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가나가 패했다.
축구 팬으로 유명한 아쿠포아도 대통령도 이번 우루과이전에 앞서 "우리는 우루과이에 대한 복수를 12년 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3골 이상으로 이겨야 16강에 갈 수 있던 우루과이가 2골 차로만 승리하면서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를 완성했다.
특히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추가 한 골이 절실했던 우루과이의 거친 공격을 가나가 막판 투혼과 경기 종료 직전 선수교체 등으로 막아낸 끝에 우루과이의 16강을 저지한 셈이다.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가나의 패배가 뼈아픈데도 우루과이에 어느 정도 복수를 했다는 점에서 정상급 인사로는 한국 역사상 처음 가나를 방문한 한 총리에게 너그럽게 축하 인사를 건넨 것으로 보인다.
한국-포르투갈전보다 몇 분 늦게 종료된 가나-우루과이전 막판에 가나 팬들이 오히려 한국의 16강 진출을 응원하며 '코리아, 코리아'를 연호한 것도 양국의 외교 실무자 사이에서 회자됐다고 한다.
(몬테비데오<우루과이>=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0월 12일(현지시간) 한-우루과이 수교 60주년을 맞아 우루과이를 방문,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2022.10.13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한 총리와 H조 상대국과의 묘한 인연은 가나가 처음이 아니다.
한 총리가 지난 10월 남미 3개국 순방차 우루과이를 방문해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축구가 자연스럽게 화두에 올랐다고 한다.
당시 라카예 대통령은 경제협력 강화, 부산엑스포 지지 등을 요청하는 한 총리에게 "우루과이는 한국과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용의가 있다. 딱 한 가지, 축구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 우루과이 각료도 "11월 24일에 져 주시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이라고 농담했다.
하지만 한국과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첫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고, 1930년 초대 월드컵 개최국이자 우승국인 우루과이는 16강 문턱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