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이 벤투호와 16강전에서 전력을 다할 또 하나의 동기가 생겼다.
대장암 말기라는 소식이 퍼진 '축구 황제' 펠레(82)가 병상에서 "대표팀을 지켜봐 달라"고 직접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병원 측은 상태가 괜찮다고 밝혔지만, 선수들에게는 자국 영웅에 '마지막' 우승을 선물하겠다는 결의를 다질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펠레는 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차분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원한다"며 "나는 강하다. 희망도 가득하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와 같은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의 건강을 둘러싸고 불거진 우려를 직접 불식한 것이다.
상파울루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도 성명을 내고 "치료 중이며 펠레의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거들었다.
현지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지난 3일 펠레가 대장암 말기로 진단받아 항암치료까지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펠레가 결국 통증을 줄이는 완화치료로 전환했다고 전해 우려가 고조됐다.
지난해 9월 대장암 판정을 받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펠레는 시실 지난달 말부터 입원 생활을 이어왔었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심부전증, 전신 부종, 정신 착란 등 치료에 따른 합병증 증세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브라질 관중들은 카메룬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펠레의 모습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며 쾌유를 빌었다.
이런 와중에 항암치료도 소용없다는 폴랴 지 상파울루의 보도까지 나오자 고령인 펠레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진 것이다.
브라질 대표팀의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는 소셜 미디어에 펠레의 쾌차를 비는 관중들의 사진을 올리며 "힘내세요 왕"이라고 썼다.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도 소셜 미디어에 "당신의 회복을 응원하고 기도합니다"라고 적었다.
월드컵에 출전한 스타들도 펠레를 걱정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역시 트위터에 "왕을 위해 기도합시다"라고 썼다.
잉글랜드의 주장 해리 케인(토트넘)은 3일 기자회견에서 "펠레와 가족과 함께 기도하겠다"며 "나뿐 아니라 잉글랜드 전체가 그의 상태가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구 분석·기록 업체 옵타는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를 분석하며 "펠레는 브라질 축구의 상징이다. 분명히 그를 마음에 새기고 스타디움 974에서 한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펠레는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세 번이나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17세의 나이로 출전한 1958 스웨덴 대회부터 6골을 폭발하며 고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펠레를 축구를 넘어 '20세기 최고의 운동선수'로 뽑았다.
펠레는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승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오라"고 브라질 선수들을 격려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 4시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브라질과 16강전을 치른다.
지난 6월 국내에서 치른 평가전에서는 브라질이 5-1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