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아프리카의 돌풍'을 일으키는 모로코의 철벽 수비가 유럽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통했다.
왈리드 라크라키 감독이 이끄는 모로코는 1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아프리카 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 무대를 밟는 건 올해 모로코가 처음이다.
아시아의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통칭해 부르는 '메나'(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 국가가 4강에 오른 것도 역시 모로코가 최초다.
유럽, 남미 국가가 아닌 팀이 4강에 진출한 건 2002년 한일 대회 당시 한국(4위) 이후 20년 만이며,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 3위에 오른 미국을 포함해 통산 세 번째다.
FIFA 랭킹 22위인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이변을 거듭했다.
조별리그에선 세계 2위 벨기에를 2-0으로 제압하는 등 2승 1무를 거둬 F조 1위에 올랐고, 16강에선 0-0으로 비긴 끝에 승부차기에서 스페인(7위)을 무너뜨렸다.
여기에 포르투갈(9위)까지 넘어서면서 자국 역사상 월드컵 최고 성적을 이미 달성했다.
유독 눈에 띄는 특징은 모로코의 '철벽 수비'다.
두 줄로 빽빽하게 서 상대에게 틈을 내주지 않는 모로코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단 1골을 내줬고, 토너먼트에선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캐나다와 조별리그 3차전(모로코 2-1 승)에서 내준 한 골은 나이프 아게르드(웨스트햄)의 자책골이었다.
결국 5경기를 치르면서 상대 선수에게는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16강 상대였던 스페인은 승부차기에서도 모로코의 골망을 흔들지 못한 채 0-3으로 패했다.
파블로 사라비아(파리 생제르맹)의 실축에 이어 카를로스 솔레르(파리 생제르맹)와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의 슈팅이 모두 모로코 수문장 야신 부누(세비야)의 선방에 막힌 탓이다.
모로코는 수비수 아게르드와 누사이르 마즈라위(바이에른 뮌헨)가 부상으로 포르투갈전에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뒷문을 열심히 잠갔다.
포르투갈은 슈팅 11개(유효 슛 3개)를 시도했는데 모두 무위에 그쳤다.
후반 들어 포르투갈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몰아붙여 봤지만, 골문 앞에는 부누가 있었다.
그는 후반 38분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왼발 슈팅을, 후반 추가 시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의 슈팅을 막아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부누는 이날 3차례 선방을 선보였다.
부누는 벨기에전을 제외한 4경기에서 골문을 지켰는데, 축구 통계 전문 옵타는 그가 단일 월드컵에서 3경기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아프리카 최초의 골키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