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의 우승 향방이 승부차기로 갈리면서 양 팀 골키퍼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19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에 승부차기 4-2로 이겨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패권을 되찾았다.
전·후반 90분을 2-2로 비기고, 연장에서도 한 골씩 주고받는 대접전 끝에 웃은 쪽은 아르헨티나가 됐다.
이날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30·애스턴빌라)는 프랑스의 2번 키커 킹슬레 코망의 슛을 막아내며 승리를 아르헨티나 쪽으로 돌려놨다.
프랑스는 3번 키커 오렐리앵 추아메니가 실축하면서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의 꿈이 사실상 사라졌다.
반면 프랑스 골키퍼 위고 요리스(36·토트넘)는 아르헨티나 키커 네 명의 슛을 한 번도 막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흔히 축구 승부차기에서 골키퍼는 '못 막아도 본전'이라고 하지만, 월드컵 결승에서 승부차기로 패한 팀 골키퍼의 심정은 당해본 사람만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결국 우승한 마르티네스는 월드컵 트로피와 함께 대회 최우수 골키퍼에게 주는 골든 글러브까지 받아 경사가 겹쳤다.
마르티네스는 네덜란드와 준준결승에서도 팀을 승부차기 승리로 이끌었다. 당시 마르티네스는 네덜란드 1, 2번 키커의 슛을 모두 막아냈다.
반면 요리스는 승부차기를 막지 못하는 징크스에 또 울었다.
요리스는 이날 경기로 A매치 145경기에 출전, 프랑스 국가대표 사상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보유한 베테랑이다.
그러나 유독 승부차기에만 가면 웃지 못했다.
지난해 유럽선수권 16강전 스위스와 경기에서 상대 키커 5명에게 모두 골을 내줬다.
요리스는 A매치 승부차기에서 총 9차례 슛을 단 한 번도 막지 못해 '방어율 제로'에 그쳤다.
그는 소속팀 승부차기까지 더해 이 대회 전까지 승부차기 13번을 한 번도 막지 못했다.
2020년 9월 토트넘 소속으로 리그컵 16강에서 첼시를 승부차기 5-4로 물리친 적이 있는데, 당시 첼시의 5번 키커 메이슨 마운트가 골문 밖으로 공을 찬 결과였다.
다만 마르티네스는 이날 시상식에서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는 골든 글러브를 받은 뒤 다소 외설스러운 세리머니를 펼쳐 뒷말을 낳았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시상식에서 마르티네스의 행동은 대회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고, 미국 폭스와 영국 BBC 중계팀도 "오, 노"(Oh, no)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