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제프 블라터(86)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FIFA의 현 지도부가 축구를 지나치게 상품화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터 전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와 인터뷰에서 "지금 축구 경기에 대한 과도한 상품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터 전 회장은 특히 월드컵 출전팀을 48개로 늘리고, 세계 최강 프로축구팀을 가리는 클럽 월드컵도 4년 주기로 확대 개최하기로 한 결정이 문제라고 짚었다.
4년 뒤 예정된 북중미 대회부터 현행 32개에서 50% 늘어나 역대 최다인 48개국이 본선에 참가한다.
아울러 FIFA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2025년부터 클럽 월드컵을 매년 아니라 4년마다 열면서 출전팀을 기존 7팀에서 32개로 늘리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도하=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19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9 [email protected]
일정상 부담을 호소하는 유럽 클럽들의 반대에도 이 대회를 세계 최고의 국가대항전인 FIFA 월드컵처럼 치르려는 것이다.
블라터 전 회장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경쟁 관계에 놓일 클럽 월드컵이나 '48국 월드컵' 등 레몬의 즙을 계속 짜내는 듯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FIFA가 자기 관할이 아닌 클럽 축구 영역을 잠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잔니 인판티노 현 회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내비쳤다.
블라터 전 회장은 "그와 개인적인 관계가 없다"며 "당선된 후 나와 직접 연락을 거부하는 등 무례하게 행동했다"고 했다.
스위스 변호사 출신인 인판티노 회장은 2016년 블라터 전 회장이 비리 의혹으로 물러나자 후보 5명 간 경선을 거쳐 당선됐다.
2019년에는 경쟁 후보 없이 단독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고, 이번에도 세 번째 연임이 유력시된다.
(루사일=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2022.11.23 [email protected]
블라터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불명예 퇴진한 자신의 뒤를 이은 인판티노 회장에 날을 세워왔다.
지난달 13일 스위스 신문 블릭에 "그가 시위 강경 진압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큰 이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내가 회장이라면 월드컵 참가국에서 이란을 제외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블라터 전 회장은 퇴진 사유가 된 비리 혐의와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7년 만인 지난 7월 스위스 연방형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내가 벌어들인 수익이 아닌 돈에는 손댄 적 없다"며 결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축구를 정치, 경제적 영향력에서 보호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항상 축구를 위해 봉사하려 애썼다. 그러는 중에 오히려 (축구를) 훼손한 부분이 있다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