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잉글랜드 프로축구 애스턴 빌라의 수문장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하나다.
여러 차례 결정적인 선방과 승부차기 맹활약으로 아르헨티나의 36년 만의 우승에 크게 이바지했다.
실력만큼이나 그의 몸짓과 표정들도 큰 관심을 모았다.
결정적인 플레이를 하고 나면, 마르티네스는 묘한 웃음을 짓곤 했다. 기쁨이나 안도감을 나타내는 웃음이 아닌, 그야말로 '광인'의 웃음이었다.
승부차기에서는 어깨를 흔드는 등 과장된 몸짓을 보였는데, 이 또한 매우 '기괴해' 보였다.
팬들이 그의 활약을 논할 때면 '섬찟하다'는 표현까지 동원되곤 했다.
마르티네스의 행위는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는 데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마르티네스가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펼친 '마인드 게임'은 프랑스 선수들을 불안하게 했고, 결국 킹슬레 코망과 오렐리앵 추아메니가 실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승 뒤 보여준 몇 차례 '과도한 행동'은 도마 위에 올랐다.
마르티네스는 시상식에서 대회 최우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를 받고서 외설스러운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뒤 라커룸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고도 준우승에 그친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를 위해 '1분간 침묵'할 것을 동료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된 우승 퍼레이드에서는 음바페의 얼굴 사진 붙은 아기 인형을 들고나와 조롱했다.
노엘 르그라에 프랑스 축구협회 회장은 프랑스 신문 우에스트프랑스를 통해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비정상적인 세리머니에 대해 항의하는 서한을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제 마르티네스는 소속팀 애스턴 빌라로 돌아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한다.
우나이 에메리 애스턴 빌라 감독은 24일(한국시간) 진행된 구단 기자회견에서 마르티네스와 문제의 행동들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겠다고 했다.
에메리 감독은 "큰 감정을 느낄 때면, 때때로 그걸 통제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지금은 마르티네스가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의 관리 아래 있다는 점을 존중한다. 우리 팀으로 복귀하면 그가 한 세리머니들에 관해 대화를 나눠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우승을 이룬 마르티네스가 매우 자랑스럽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애스턴 빌라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2시 30분 리버풀과 홈 경기를 치르고, 이어 내달 1일 오후 11시 토트넘 홋스퍼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아직 아르헨티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르티네스는 다음 주 팀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리버풀전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에메리 감독은 "마르티네스가 힘들게 대회를 치렀고 감정적 소모도 큰 만큼, 일단은 푹 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