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22년 세밑 배구계에 찬 바람이 몰아쳤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공격수 조재성(27)의 병역 비리 가담, 심판과 경기 위원의 비디오 판독 오독, 스타 출신 방송사 해설위원의 불법 스포츠 도박 의혹 등 불미스러운 일이 27∼29일 사흘 내리 배구계를 강타했다.
먼저 조재성은 28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용서받지 못할 너무나 큰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저는 병역 비리 가담자"로 시작하는 글을 올리고 실망감을 느낄 팬들에게 사죄했다.
병역 브로커 구 모 씨가 지난 21일 질병 증상 등을 허위로 꾸며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구속된 가운데 이번 병역 비리에 연루했다고 27일 자진 신고한 조재성은 곧 검찰 조사를 받는다.
현역 입영 대상자였던 조재성은 뇌전증 증상을 거짓으로 호소해 지난 2월 재검에서 사회 복무 요원(4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치열하게 중위권에서 싸우는 OK금융그룹이 큰 타격을 받았다. 팀 내 득점 2위 조재성을 빼고 잔여 시즌을 치러야 한다.
가뜩이나 남자부의 저조한 TV 시청률로 고민하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추가 연루자가 나올까 수사 당국의 발표를 노심초사하며 바라본다.
'나쁜 건 한꺼번에 온다'는 옛말처럼 27일에는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부심과 경기위원, 심판위원 세 명의 비디오 판독 오독이 누리꾼들을 들끓게 했다.
TV 재생화면으로 뚜렷하게 나온 한국전력 선수의 터치 네트를 세 명의 비디오 판독관이 귀신에 홀린 듯 터치 네트가 아니라고 판독한 바람에 KB손보는 질 뻔했다.
KB손보의 승리로 끝나면서 오심 논란은 더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배구연맹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28일 비디오 판독에 임한 세 명에게 1∼3경기 배제 징계를 내리고 서둘러 진화했다.
그러나 연맹의 발 빠른 대처에도 생각지도 못한 다른 곳에서 악재가 또 터졌다.
온라인 매체 아이뉴스24는 프로배구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현재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A 씨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의혹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해설위원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경기장에 자유롭게 출입하고 선수단에 접근하면서 얻은 정보로 불법 스포츠 도박을 했다는 내용이다. 만일 사실로 확인되면 배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뉴스다.
프로배구는 2012년 전·현직 선수 15명이 가담한 승부 조작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경기력 저하, 스타급 선수의 노쇠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돌발 사건마저 터지면서 배구계의 연말은 뒤숭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