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여자 프로배구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이 2022년의 마지막 날에 이번 시즌 첫 승리를 극적으로 신고했다.
페퍼저축은행은 31일 경상북도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방문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세트 점수 3-1(25-21 22-25 25-23 25-16)로 눌렀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0월 25일 개막전부터 이어진 올 시즌 17연패의 늪에서 68일 만에 벗어났고, 지난 시즌을 합하면 2월 11일 흥국생명전 이후 21경기, 324일 만에 값진 승리를 맛봤다.
사령탑이 중도에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은 페퍼저축은행은 12월 31일 그토록 원했던 첫 승리를 따내고 2023년 다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창단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은 개막 10연패를 당하자 사의를 표명했고, 이경수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지 한 달여 만에 마침내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이날 승점을 챙겨 리그 3위를 탈환하려 했던 한국도로공사는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해 3연패 수렁에 빠졌다.
1세트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3-12로 끌려가던 페퍼저축은행은 양 날개인 주포 니아 카이 리드(등록명 니아 리드)와 이한비를 앞세워 15-15 동점을 만들었다.
한 점 차 접전을 이어가던 20-20에서 이한비가 과감한 스파이크를 내리꽂고, 이민서가 날카로운 서브 에이스를 터뜨리자 승부의 추는 페퍼저축은행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최가은이 상대 에이스 카타리나 요비치(등록명 카타리나)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1세트에서만 4개째 블로킹 득점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블로킹 5개를 합작한 한국도로공사 미들 블로커진 정대영·배유나에 밀려 2세트를 내줬으나 승부처인 3세트를 잡고 승리에 한발 다가섰다.
3점 차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이 이어지던 3세트 막판, 페퍼저축은행의 절박함이 빛을 발했다.
23-23에서 이한비의 강력한 대각 공격 이후 니아 리드가 상대 블로킹 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스파이크로 혈투를 끝냈다.
상승 흐름을 탄 페퍼저축은행은 4세트 8-8에서 상대 서브 범실과 이한비의 2연속 득점에 힘입어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고 9점 차로 넉넉하게 25점을 먼저 쌓았다.
니아 리드는 이날 양 팀 최다인 38득점(공격 성공률 54.29%)을 올렸고 이한비(17득점)가 화력을 보탰다.
숨은 공신은 수비 라인을 든든히 지키고 베테랑으로서 고비 때마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리베로 오지영이었다.
이달 26일 GS칼텍스에서 트레이드된 뒤 두 경기 만에 적응을 끝내며 이날 디그(26개 중 21개)와 리시브(21개 중 15개) 모두 완벽히 책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