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후인정(오른쪽) 감독이 31일 경기도 의정부 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V리그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 세터 신승훈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의정부=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던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단 한 시즌 만에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시즌 초반 새 외국인 선수 니콜라 멜라냑의 부진 탓에 하위권으로 처진 KB손보는 멜라냑을 방출한 뒤 연패 늪에 빠졌고, 17경기를 치른 31일 현재 5승 12패로 6위에 머물러있다.
최하위 삼성화재와는 승점 차이가 없고, 다승에서 간신히 앞서는 수준이다.
최근 KB손보는 새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를 영입했지만, 31일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KB손보의 추락엔 외국인 선수 문제와 더불어 세터 문제가 겹쳐있다. KB손보는 최근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26)가 전력에서 빠지면서 경기 운영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신인급 세터 신승훈(22)과 박현빈(18)을 활용하고 있지만, 황택의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현대캐피탈전에선 작전과 공격 루트가 모두 상대 팀에 읽히며 답답한 경기력을 펼쳤다.
KB손보는 1세트 한때 19-13까지 앞서다가 상대 팀 원포인트 서버 이시우의 강력한 서브를 막지 못하며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완패했다.
리시브가 흔들리자 세터 신승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KB손보는 신승훈 대신 박현민을 투입했지만,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경기 후 후인정 KB손보 감독은 "1세트에서 세터들이 당황했다"며 "토스의 리듬감이 흔들리면서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을 지휘한 송병일 수석코치도 "상대 세터들이 신인 선수들이라서 공격 패턴을 읽는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블로킹으로만 10득점 했다. KB손보는 4득점에 그쳤다.
KB손보의 세터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택의의 복귀 시점을 알 수 없어서다.
KB손보는 황택의가 무릎 부상을 안고 있으며, 최근 웨이트 트레이닝 과정에서 허리 통증을 느껴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후인정 감독은 황택의의 복귀 시점을 묻는 말에 "빨리 복귀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선수 몸 상태가 문제"라며 "당분간 체크를 하면서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황택의가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했고, 정상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황택의가 전력에서 빠진 건 부상 문제가 아닌 팀 내부 문제라는 전언도 있다.
최근 황택의는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보통 부상 선수들은 경기 당일 선수단과 함께 이동하며 경기 내용을 눈에 담곤 하지만, 이날도 황택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KB손보는 세터 문제를 매듭짓고 팀워크를 회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