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 열린 '농구영신' 경기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지목된 선수는 프로농구 최고 스타 허웅(29·KCC)이었다.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는 3년 만의 송년 매치이면서 허웅의 첫 '친정 방문'이기도 했다.
최근 2년 연속 프로농구 올스타 투표 1위에 오른 허웅은 지난 시즌까지는 원주종합체육관이 안방이었다.
2014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원주 아이돌'로 불린 허웅은 올여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KCC로 이적했다.
이적 이후 첫 '친정 나들이'에 나서 허웅에게 팬들의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주인공 역할은 팀 동료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허웅이 전반 4득점에 그치며 고전한 사이 DB의 가드 정호영(24)이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농구영신의 진짜 주인공이 됐다.
전반 10점을 올린 정호영이 연신 코트를 재빠르게 내달리며 레이업을 올린 덕에 DB는 2쿼터까지 속공으로만 12점을 뽑아냈다.
후반에는 스틸 3개를 기록하며 KCC의 추격세를 꺾은 정호영은 이날 총 15점 5어시스트 4스틸을 올렸다.
올 시즌 들어 첫 두 자릿수 득점이다.
그는 정규리그 12경기에서 상대 공을 7번 스틸했는데, 이 가운데 4번이 이날 경기에서 나왔다.
올 시즌 첫 3점도 성공했다.
이 경기 전까지 3점 12개를 던져 하나도 넣지 못했지만, 이날에는 2개를 모두 적중했다.
그의 활약에 DB는 4천100석을 가득 채운 홈팬들 앞에서 102-90으로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정호영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시즌 3점을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하필 오늘 백보드를 맞고 들어간 게 첫 3점이 됐다"며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지난해 11월 주로 2군 리그인 D리그에서 시간을 보낸 정호영은 "이번 시즌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 드렸다"며 "특별한 날 좋은 경기를 했다. 이번 시즌 가장 만족한 경기"라며 흡족해했다.
정호영이 꼽은 활약의 비결은 두 가지였다.
그는 "난 야간에 운동할 때 가장 컨디션이 좋다. 오후 8시가 넘어가면 제일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밤 경기는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몸이 가벼웠다. 우리 팀 모두가 가벼웠지만, 반대로 상대는 무거워 보였다"고 했다.
이날 송년 경기는 오후 10시부터 시작했다.
또 하나는 상대가 KCC라는 점이다.
그는 2021-2022시즌 KCC를 상대로 커리어 하이인 23점을 올리는 등 유독 KCC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정호영은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KCC와 대학 시절 연습경기를 많이 해서 그런가 싶다"며 "운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KCC와 경기에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준비된 선수'라고 강조했다.
정호영은 "시즌 초부터 안 좋은 모습만 보여드린 게 후회되지만 제일 늦었을 때가 제일 빠르다고 하지 않나. 2023년 입대를 앞두고 감독님, 코치님한테 눈도장을 찍고 다니려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시즌 오늘이 가장 잘 준비된 몸 상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로서 인정받으려는 정호영의 노력을 이상범 감독도 기특하게 봤다.
이 감독은 "출전 시간을 많이 주진 않았는데, (정)호영이가 KCC를 만나면 자신감 있게 뛰어 내보냈다"며 "많이 뛰지 못하니 자기 나름대로 많이 연습했다. 준비된 선수라 보면 된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