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2년 프로농구의 마지막을 장식한 '농구영신' 매치는 전주 KCC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결과로 남았다.
4연승의 상승세를 탄 터라 2022년을 5연승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강원원주종합체육관 4천100석을 모두 채운 팬들 앞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준 원주 DB 선수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최종 스코어는 90-102지만, 4쿼터 초반 25점까지 격차가 벌어지는 등 사실상 완패를 당했다.
KCC로서는 점수가 벌어지던 전반 막판까지 에이스 허웅(29)이 4점에 그친 게 뼈아팠다.
사실 이 경기의 주인공이 허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열린 이번 농구영신 경기는 프로농구 최고 스타 허웅의 첫 '친정 방문'이기도 하다.
최근 2년 연속 프로농구 올스타 투표 1위에 오른 허웅은 지난 시즌까지는 이 경기장이 안방이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동부(현 DB) 유니폼을 입고 지난 시즌까지 간판스타로 활약하며 '원주 아이돌'로 불린 허웅은 올여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KCC로 이적했다.
이번 시즌 DB와 대결이 전주에서만 열렸던 터라 처음으로 원주를 '원정팀 선수'로 방문하게 됐다.
경기 전 DB 측은 허웅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홈팬들 앞에서 이적 전까지 열심히 뛴 7시즌에 대한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허웅은 DB 유니폼을 입고 정규리그 301경기를 뛰었다.
밝은 얼굴로 코트 한가운데서 꽃다발을 받는 허웅을 향해 팬들의 격려 섞인 환호로 답했다.
'옛 스승' 이상범 DB 감독도 '떠난 에이스' 허웅에게 덕담을 전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웅이는 지금 우리 팀에 있을 때보다 여유가 있다. 우리 팀에서 에이스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발전했다"며 "다치지 말고 끝까지 KCC에서 잘 뛰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덕담과 달리 코트 위에서 이 감독은 허웅에게 좀처럼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2011-2012시즌부터 DB 유니폼을 입고 수년을 허웅의 파트너로 나섰던 김현호가 이 감독의 명을 받아 전담 수비수로 나섰다.
김현호의 끈덕진 수비에 고전한 허웅은 전반 5개 슛을 던져 2개를 넣는 데 그쳤다.
공격 횟수, 성공률 모두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6.9점을 올리는 허웅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리바운드(21-12), 속공 득점(12-0) 등 각종 수치를 모두 앞선 DB에서는 전반에만 드완 에르난데스(14점), 정호영, 김종규(이상 10점)까지 두 자릿수 득점자가 3명 나왔다.
전반 42-54로 뒤진 KCC는 후반에도 DB의 활동량과 속공에 고전하며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허웅이 후반 3점 3방 포함 13점을 올렸지만 이미 승기는 DB 쪽으로 기울었다.
공을 잡거나 득점할 때마다 피켓을 든 허웅의 팬들이 곳곳에서 경기장을 환호로 채우며 KBL 최고 인기를 실감케 했지만, 승리는 DB의 몫이었다.
2022년의 마지막 날 숨을 고른 허웅과 KCC의 전망은 아직 밝다.
지난해 12월 첫 경기인 1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 4점에 그친 허웅은 농구영신 경기 전까지 이후 10경기에서 평균 20.9점을 몰아치며 팀의 상승세를 견인해왔다.
이 경기 구간 KCC는 8승 2패를 거두며 매섭게 치고 올랐다.
12월 초 KCC의 순위는 꼴찌인 10위였지만, 어느덧 6위(13승 14패)까지 올라왔다.
새해 상위권 도약을 노리기 충분한 성적이다. 5위 고양 캐롯(13승 13패)과 격차는 반 경기, 4위 서울 SK(14승 12패)와는 한 경기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