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토미 틸리카이넨(36) 대한항공 감독은 새해 첫날 경기에서 패한 뒤 "OK금융그룹의 승리를 축하한다. 그렇게 좋은 서브를 넣으면 누구도 이기기 어렵다"고 상대를 예우했다.
OK금융그룹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홈 경기에서 '1강'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28-26 25-23 25-21)으로 완파했다.
지난해 11월 20일 OK금융그룹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한 뒤, 9연승 행진을 내달렸던 대한항공은 OK금융그룹에 또 한 번 밀리면서 10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올 시즌 17경기 연속 이어오던 '연속 승점 추가' 기록도 중단됐다.
V리그는 3-0, 3-1로 이기면 승점 3, 3-2로 이기면 승점 2를 얻고, 2-3으로 패해도 승점 1을 챙긴다.
이날 전까지 세트 2개 이상을 따내면 승점을 쌓아가던 대한항공은 18번째 경기에서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빈손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OK금융그룹은 이번 시즌 대한항공(승점44·15승 3패)에 2승 이상을 거둔 유일한 팀이 됐다.
승리의 요인은 '서브'였다.
이날 OK금융그룹은 서브 에이스에서 9-2로 대한항공을 압도했다.
서브 리시브 효율도 OK금융그룹이 32.58%로 19.40%의 대한항공에 크게 앞섰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타이트하게 경기가 진행됐지만, 상대가 강하고 정확한 서브를 넣으면서 OK금융그룹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갔다"며 "OK금융그룹이 정말 잘했다. 승자의 자격이 있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경기 전 "대한항공은 정말 잘하는 팀이다. 그러나 이기지 못할 팀은 아니다"라고 의욕을 보였던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강한 상대와 붙은 새해 첫 경기에서 승리해 기쁘다. 팀 전체에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석 감독은 "서브와 리시브의 싸움에서 우리가 좋은 결과를 냈다"며 "(수비에 능한 아웃사이드 히터) 박승수가 풀 타임을 소화하면서 팀의 리시브 라인이 안정됐다"고 설명을 보탰다.
지난 시즌 신인왕인 박승수는 올 시즌 초 부상 여파로 백업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한 뒤 최근 2경기를 풀 타임으로 뛰었다.
이날 박승수는 51.35%의 높은 리시브 효율을 과시하고 서브 에이스 4개를 꽂아 넣어 '서브와 리시브 전쟁의 일등 공신'이 됐다.
대한항공은 승점 44로, 2위 현대캐피탈(승점 36·12승 6패)에 넉넉하게 앞선 1위다.
대한항공을 2라운드에 이어 3라운드에서도 격파한 3위 OK금융그룹은 자신감을 얻었다.
OK금융그룹 주장 차지환은 "우리가 결코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대한항공의 10연승, 3라운드 전승을 저지해서 다행"이라며 "대한항공전을 준비하면서 (외국인 공격수) 레오가 '자신 있다. 믿어달라'고 했고, 우리 국내 선수들도 의욕을 냈다. 치밀하게 준비하며 긍정적인 대화를 했다. 준비한 게 통해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1강'에 관한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통합우승을 한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중간 성적이 더 좋다. 우리의 잠재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우리를 향한 기대치가 높아진 점은 기분 좋다"며 "우리는 여전히 1위"라고 강조했다.
"OK금융그룹과의 상대전적에서 밀린 게, 부담이 되지 않겠나"라는 질문에도 틸리카이넨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