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현대건설이 세트 점수 2-0으로 앞선 3세트 23-23에서 IBK기업은행 대니 산타나(등록명 산타나)의 강스파이크가 현대건설 블로커 정지윤의 손끝에 맞고 코트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모두가 터치아웃을 예감한 순간, 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30)은 코트 밖으로 뛰어나가며 몸을 날려 왼손으로 공을 살려냈다.
김연견의 돌진에 화들짝 놀란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잽싸게 몸을 피했고, V리그 여자부 리베로 가운데 허슬 플레이에 가장 능한 김연견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김연견이 플라잉 디그로 살려낸 공은 정지윤의 오픈 공격으로 매치 포인트로 가는 징검다리가 됐다.
그리고 김연견은 24-23에서 다시 산타나의 오픈 공격을 받아냈고, 고예림이 퀵오픈으로 마무리해 현대건설은 2연패에서 벗어났다.
현대건설은 1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방문 경기에서 세트 점수 3-0으로 승리하고 선두를 지킨 채 정규리그 반환점을 돌았다.
17점을 터트린 베테랑 황연주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숨은 수훈갑은 리베로 김연견이다.
강 감독이 경기 후 "리시브 수비 다 좋았다. 마지막 세트 위기에서 좋은 수비가 나왔다. 항상 노력하고 준비 잘하는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경기 내내 여러 차례 결정적인 수비를 보여준 김연견은 "빠듯한 스케줄에 체력이 떨어진 건 맞다"라면서도 "더 점수를 내주면 어려워질 거 같아서 경기를 끝내고 싶은 마음에 냅다 뛰었다"고 결정적인 디그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오늘처럼 힘든 볼을 잡을 때 잘하는 거 같다"며 쑥스럽게 '자기 홍보'도 했다.
리베로의 디그가 빛을 보려면, 어렵게 살려낸 공이 득점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연견은 리그에서 가장 믿음직한 동료들을 지녔다.
주포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현대건설 선수들은 김연견이 몸을 날려 살려낸 공을 쏙쏙 점수로 연결했다.
김연견은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 이렇게 해주면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지난해 7월 프로야구 SSG 랜더스 투수 서동민과 결혼한 김연견은 숨 가쁘게 시즌이 이어지며 신혼을 즐길 틈도 없다.
남편은 응원을 주고받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결혼 후 처음으로 새해를 맞이한 김연견은 "새해에는 운동 열심히 하고 발전하는 모습 보여주자고 서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배시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