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지난해 11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구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한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소식에 흐뭇해했다.
SNS 사진 속에는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구장의 검은 흙을 잔뜩 묻힌 삼성 젊은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고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박진만(47) 삼성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보는 사진도 있었다.
훈련을 마친 선수들의 표정도 밝았다.
박 감독은 최근에도 가끔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사진을 본다.
그는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마무리 캠프 훈련 강도가 정말 높았다. 구자욱을 제외하면 대부분 프로 경력이 짧은 선수들로 마무리 캠프를 치렀는데 코칭스태프가 젊은 선수들에게 명확하게 목표를 제시했고, 선수들도 3주가 넘는 오키나와 캠프 기간 내내 집중력 있게 훈련했다"며 "지난해 후반기에 발견한 희망이 더 커진 기분이었다"고 떠올렸다.
박진만 감독은 '퓨처스(2군) 사령탑'으로 2022년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1일 허삼영 전 감독이 퇴진하자, 박진감 감독은 갑작스럽게 1군 지휘봉을 잡았다.
정규시즌을 7위(66승 2무 76패)로 마치긴 했지만, 삼성은 박진만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28승 22패로 이 기간 승률 4위(0.560)에 올랐다.
삼성은 2022시즌이 끝난 뒤, 두 달 동안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고 성과도 낸 박진만 감독을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박진만 감독은 '1군 감독'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에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성과도 내서 내가 1군 감독이 될 수 있었다. 나와 코치진, 선수들 사이에 신뢰는 쌓였다고 생각한다"며 "하나의 목표로, 응집력 있게 움직이는 '새로운 라이온즈'를 만들어갈 때"라고 의욕적으로 말했다.
비시즌 동안 삼성의 전력 보강 움직임은 없었다.
오히려 김상수(kt wiz), 오선진(한화 이글스)의 이탈로 1군 내야 자원은 줄었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은 "사람이 늘지 않아도, 전력은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우리 팀에는 '더 잘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마무리 훈련을 하면서 젊은 선수들의 기술과 정신력이 한층 좋아졌다고 느꼈다. 코칭스태프의 평가도 나와 같았다"며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에서 성적을 내려면 '주전급 선수'가 많아야 한다. 뎁스가 두꺼워지면 한두 명이 이탈해도 팀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고, 이는 장기 레이스에서 장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내부 경쟁을 부른다.
박 감독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하지 않을 것이다. 베테랑 선수와 젊은 선수가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 경쟁을 뚫는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것"이라며 "정규시즌 개막전에 주전으로 뛰었다고 해서, 그 자리를 10월에도 지킬 수 있다고 자만해서도 안 된다. 경기 당일에 최고의 성과를 낼 선수가 주전"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베테랑 선수와 신예들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다.
감독대행 시절 박진만 감독은 경기 초반에 베테랑 선수를 대타로 교체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박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선수들에게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해야 할 때도 있다. 이해해달라"고 미리 양해를 구했고,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며 선수를 설득했다.
더그아웃에서는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했고, 경기 전후로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삼성은 박진만 감독을 정식 사령탑에 올리며 '내유외강 스타일의 준비된 지도자, 원활한 소통으로 선수단의 지지를 받는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박진만 감독은 감독대행 시절 더그아웃 장악력을 증명했다. 마무리 캠프를 통해서는 '내부 경쟁'의 메시지도 확실하게 전했다.
삼성은 2월 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연다.
박 감독은 "마무리 훈련을 마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힘들게 끌어올린 기량을 비활동 기간 개인 훈련으로 잘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참여하지 않는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코치진이 적절한 메시지를 전했다"며 "스프링캠프에서도 꽤 높은 강도의 훈련이 이어질 것이다.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전에 확실한 준비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사령탑 부임 첫해, 박 감독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새해 소원을 들어보면, 삼성 라이온즈와 박 감독의 목표가 보인다.
박 감독은 "2021년에 우리는 선두 경쟁(정규시즌 2위)을 했다. 선수도 팬도 즐거워한 시간이었다"며 "지난해에 아쉬움을 느꼈을 팬들께 '새로운 라이온즈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2021년처럼 성과를 내는 2023년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