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노엘 르그라에(81) 프랑스 축구협회(FFF) 회장이 '프랑스 국민 영웅' 지네딘 지단(50)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가 사방에서 비난을 받고 고개를 숙였다.
르그라에 회장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어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단을 두고 했던 말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서투른 발언이었다"며 사과했다고 AFP, AP 통신 등이 전했다.
르그라에 회장이 디디에 데샹(55) 감독과 재계약을 발표한 후 RM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거론된 지단에 관해 퉁명스럽게 이야기한 게 화근이었다.
르그라에 회장은 최근 프랑스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군으로 꼽혀온 지단의 연락을 받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의 전화가 왔어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화를 받아서) 그(지단)에게 뭐라고 합니까? 안녕하세요.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클럽을 찾아보세요. 저는 방금 디디에와 계약을 맺었답니다(라고 할까요)?"
르그라에는 아울러 지단이 브라질 국가대표팀 감독에 관심이 있다는 보도에 관해서 "그가 무엇을 할지는 그에게 달려있다. 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단이 그곳(브라질)에 간다면 놀랐겠지만 상관없다"며 "나는 지단을 만난 적이 없고, 우리는 디디에와 헤어지는 것을 고려해본 적이 없다"라고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8골을 넣으며 프랑스를 준우승으로 이끈 '득점왕' 킬리안 음바페(24·파리 생제르맹)는 르그라에 회장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음바페는 트위터에 르그라에 회장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지단은 곧 프랑스다. 전설을 그런 식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아멜리 우데아 카스테라 프랑스 스포츠부 장관은 르그라에 회장을 직접 겨냥해, 그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면서 지단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우데아 카스테라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르그라에 회장이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프랑스 선수들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가 모두 그렇듯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단이 감독을 맡았던 스페인 명문 축구클럽 레알 마드리드도 성명을 내어 르그라에 회장의 발언을 규탄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지단은 2014년 레알 마드리드의 2군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 2015-2016시즌 1군 사령탑에 오른 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뤘다.
레알 마드리드는 르그라에 회장의 발언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 대표팀에서 뛴 지단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브라질과 펼친 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어 프랑스에 우승컵을 안긴 주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