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경기가 끝난 지 몇 분 안 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나쁜 경기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리버풀을 이끄는 위르겐 클롭 감독은 14일(현지시간) 안방에서 브라이턴과 2022-2023 EPL 20라운드 일전을 펼친 후 낙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리버풀은 0-3으로 무력하게 졌다.
점유율(62%-38%), 슈팅(16-9), 유효슈팅(9-2), 패스 횟수(635-389)까지 어느 부문에서도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클롭 감독은 현지 취재진에 "솔직히 말해 이번 시즌 리버풀 말고 다른 팀을 통틀어 이 경기보다 못한 적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지금이 최저점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간판 수비수 버질 판테이크가 부상으로 결장한 수비진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공격진의 전진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
드리블 돌파와 뒷공간 공략에 집중한 일본인 윙어 미토마 가오루가 왼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솔리 마치 등 브라이턴 공격진도 손쉽게 페널티박스에서 기회를 잡았다.
리버풀을 압도한 브라이턴은 리그 7위(승점 30·9승 3무 6패) 팀이다. 지난 시즌에는 9위로 마친 브라이턴은 리그 중위권 팀으로 평가된다.
반면 클롭 감독이 부임한 2015-2016시즌 이후 리버풀은 4위 밑으로 처진 적이 없는 전통의 강호이자 유럽 대표 명문 구단이다.
지난 시즌 리그 2위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을 거둔 리버풀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리그컵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올 시즌 리버풀의 고전이 심상치 않다.
시즌 중반이 지난 시점에서 리버풀은 브라이턴보다 두 계단 낮은 9위(승점 28·8승 4무 6패)까지 처져 있다.
최근 세 경기에서 승리도 없다.
이달 초 19라운드 브렌트퍼드(8위·승점 29)와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한 리버풀은 8일 울버햄프턴과 FA컵 경기에서도 2-2로 비겼다.
올 시즌 부진에는 클롭 감독과 리버풀 수뇌부가 그간 약점으로 꼽혀온 중원 자원을 보강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브라이턴전에서도 티아고 알칸타라-조던 헨더슨-파비뉴로 꾸린 중원이 압도당하며 수세에 몰렸다. 세 선수의 평균 나이는 31.7세로, 활동량과 기동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이다.
클롭 감독은 상대 압박에서 공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전력 자체가 약해졌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중요한 경합마다 이겨내지 못했다. 공을 너무 쉽게 내줬다"며 "전부 내 책임이다. 이전과 다른 포메이션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자책했다.
이어 "좋지 않은 국면이다. 팀에 부상 문제도 있다"면서도 "오늘 라인업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가 나빴다고 말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라고 했다.
클롭 감독은 브라이턴전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전력 보강에 대해 질의하는 취재진에 "이적 시장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격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그가 꼽은 부진의 이유는 지난 시즌의 '혹사'다.
리그, UCL, FA컵, 리그컵까지 4관왕에 도전하다 보니 유례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클롭 감독은 브라이턴과 경기에 앞서 "전 시즌 63경기를 치른 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누구도 모를 것"이라며 "우리는 줄곧 아드레날린이 잔뜩 나온 상태였다. 휴가를 가서도 눈을 크게 뜨고 '다음 경기는 언제야? 아, 없구나'하는 상태가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힘든 상황이고, 미안한 말이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를 믿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