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6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양의지가 각오를 말하고 있다.
한국은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WBC 본선 1라운드 B조 첫 경기 호주전에 나선 뒤 일본, 체코, 중국과 차례대로 맞붙는다. 2023.1.1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양의지(36·두산 베어스)에게 따라다니는 달갑지 않은 평가 가운데 하나는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다.
KBO리그에서 양의지는 역사에 남을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다.
통산 타율 0.307, 통산 OPS(출루율+장타율) 0.892에 228개의 홈런과 944타점을 쓸어 담았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리그에서 손꼽는 중심타자 노릇까지 동시에 해낸 것이다.
2018시즌 종료 후 1차 FA에서 4년 총액 125억원, 2022시즌 종료 후 2차 FA에서 4+2년 총액 152억원으로 역대 FA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운 것도 이러한 타격 능력 덕분이었다.
포수 부분 역대 최다인 골든글러브 7회 수상도 그의 빛나는 이력 가운데 한 줄이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양의지는 작아졌다.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통해 태극마크를 단 그는 도쿄올림픽까지 줄곧 대표팀 주전 포수였다.
그러나 국제대회 통산 타율은 0.169(83타수 14안타)에 홈런은 단 1개밖에 못 쳤다.
(요코하마=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5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한국 박해민이 친 적시타 때 2루주자 양의지가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1.8.7 [email protected]
특히 2021년에 치러진 도쿄올림픽은 양의지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
앞선 국제대회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명예 회복을 별렀지만, 7경기에서 타율 0.136에 그치며 한국 대표팀의 노메달을 지켜봐야 했다.
양의지의 진짜 가치는 '곰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이 붙은 포수 능력에 있다.
상대 허를 찌르는 볼 배합과 경기 판세를 읽는 탁월한 안목 덕분에 지금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주전 포수 양의지에게 수비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가장 중요한 임무인 포수 수비에만 전념하면, 오히려 타격까지 풀릴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이 감독은 16일 WBC 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양의지가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를 체크했다. 대표팀 마운드에 젊은 투수가 많으니 (리드에 전념하도록) 활용하면서 타석에서는 편한 타순을 줄까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경험이 많지 않은 구창모(NC 다이노스), 김윤식(LG 트윈스), 이의리(KIA 타이거즈), 곽빈, 정철원(이상 두산) 등 향후 대표팀 마운드를 짊어질 대들보들을 양의지에게 맡긴 것이다.
이 감독은 "대표팀 주전 포수 양의지는 투수를 잘 끌고 가야 한다. 선수들이 해당 포지션에서 최상의 경기력이 나오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 타선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6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이강철 감독과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우석, 이 감독, 양의지, 김하성.
한국은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WBC 본선 1라운드 B조 첫 경기 호주전에 나선 뒤 일본, 체코, 중국과 차례대로 맞붙는다. 2023.1.16 [email protected]
현역 빅리거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박병호, 강백호(이상 kt wiz), 최정(SSG 랜더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나성범(KIA), 김현수(LG) 등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총출동했다.
양의지가 하위타선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해결사 노릇을 해줄 선수가 적지 않다.
대신 주전 포수로 미리 벤치에서 정한 경기 계획을 그대로 끌고 가야 하는 '야전 사령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 감독은 "호주전을 대비해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를 뽑았다. 양의지 선수가 그걸 알고 운영할 거로 생각한다"고 임무를 맡겼다.
양의지는 긴말하지 않았다.
"(대표팀에서) 부진했을 때 솔직히 몸이 안 되고 준비를 못 한 게 컸다. 이번에는 준비 잘해서 결과로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대표팀이라는 마음"이라는 그의 말에서 이번 대회를 앞둔 각오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