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이 '선수 라커룸 제공'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개막전인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1라운드를 하루 앞둔 19일(한국시간) 골프채널과 골프위크 등 전문 매체들은 이 대회를 유치한 레이크 노나 골프&컨트리클럽이 출전 선수들에게 라커룸을 제공하지 않아 큰 반발을 샀다고 보도했다.
샤워장과 화장실은 제공됐지만 라커가 없어서 주차장에서 신발을 갈아신어야 했고, 소지품을 마땅히 둘 곳이 없어 곤란을 겪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터졌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고작 29명뿐인데 라커룸을 준비하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2021년 메디힐 챔피언십 우승자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는 선수에게 라커룸을 내주지 않은 대회는 처음 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회 때 라커룸은 단순히 선수들이 소지품 등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게 선수들의 주장이다.
생각을 모으고 집중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다.
고참 선수 한 명은 "대회에 출전했을 때 대개 골프장은 남성용 라커룸을 통째로 내준다. 남성용 라커룸이 여성용보다 더 크고 시설이 좋다. 그런 라커룸에 들어가면 환영받는다는 기분을 느낀다"라며 "회원제 골프장이면 라커 주인이 응원하는 쪽지를 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반발이 거세자 레이크 나노 골프&컨트리클럽과 LPGA투어는 임시 라커룸을 설치해 선수들에게 하나씩 배정했다.
레이크 나노 골프&컨트리클럽은 이미 게인브리지 LPGA 등 여러 차례 프로 대회를 치른 곳이다.
지난해 12월 플로리다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탓에 골프장 시설이 일부 망가졌고, 이를 놓고 LPGA투어와의 협력 및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서 '라커룸 미제공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 골프장 여성 라커룸은 클럽 하우스 2층에 있는데 샤워장과 화장실은 1층에 있는 구조다.
선수들에게 2층 라커룸을 사용하라고 제안했지만, LPGA투어 측이 불편하다고 반대했다는 게 레이크 나노 골프&컨트리클럽의 설명이다.
클럽 하우스 1층에 있는 남성 라커룸은 허리케인 피해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서 레이크 나노 골프&컨트리클럽은 선수용 라커룸을 제공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레이크 나노 골프&컨트리클럽의 이런 해명이 나오자 불똥은 LPGA투어 책임자에게 튀었다.
라이언 오툴(미국)은 "골프장이나 대회 스폰서한테는 불만이 없다. 이런 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LPGA투어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브리타니 린시컴, 제시카 코다(이상 미국) 등 고참 선수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커룸뿐 아니라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은 연습장 이용에도 혼선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습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한다는 공지에 선수들의 항의가 이어졌는데, 이 역시 LPGA투어와 레이크 나노 골프&컨트리클럽 연습장 관리자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 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