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영 트레이드, 계약 위반 소지…연맹 "문체부 유권해석 요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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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트레이드, 계약 위반 소지…연맹 "문체부 유권해석 요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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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계약서 조항에 "선수 능력 외 사유로 경기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

연맹 "시즌 후 구단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발의…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페퍼저축은행 오지영
페퍼저축은행 오지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 GS칼텍스가 리베로 오지영(35)의 트레이드 합의 과정에서 삽입한 '전 소속팀 상대 출전 금지 조항'은 기존 계약 내용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양 구단은 문서상으로 보장된 선수의 권리를 침해했고,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KOVO는 26일 오지영의 트레이드와 관련한 연합뉴스 질의에 "계약서 내용은 명시적인 차별금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승인했으며 문체부에 명확한 유권해석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배구 프로스포츠 선수계약서 내용
배구 프로스포츠 선수계약서 내용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문체부는 2021년 6월 선수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계약문화를 만들기 위해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를 마련한 뒤 행정규칙으로 고시했다.

당시 문체부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해당 계약서를 도입했으며 현재 프로배구를 포함한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각 리그에 맞는 '표준계약서'로 선수들과 계약 맺고 있다.

페퍼저축은행과 GS칼텍스의 트레이드는 표준계약서 제4조(구단의 의무) 3항과 관련해 위배 소지가 있다.

해당 조항엔 '구단은 프로스포츠 선수로서 능력 외에 인종, 국적, 출신 지역, 출신학교, 외모 등의 사유로 선수를 경기, 훈련에서 배제하는 등의 차별적인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있다.

외부요인을 배제하고 선수의 부상, 기량 등 객관적인 능력을 기준으로 경기 출전 기회와 훈련 참여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조항엔 인종 문제 등 일반적인 차별 예시만 적혀있지만, 구단 이익을 위한 선수의 경기 출전 기회 박탈도 차별적인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두 구단의 합의 내용은 선수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표준계약서 도입 취지와 벗어나며 계약 위반의 소지가 있다.

배구 프로스포츠 선수계약서 내용
배구 프로스포츠 선수계약서 내용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이번 트레이드는 계약서 제19조(트레이드) 1항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조항엔 '구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본 계약보다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트레이드 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오지영은 트레이드로 인해 GS칼텍스 경기 출전권 박탈이라는 불리한 조건으로 남은 시즌을 치르게 됐다.

그는 이 결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 개인 기록 타이틀 경쟁 등 선수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당했다.

이익을 본 건 두 팀뿐이다. 연패 늪에 빠졌던 페퍼저축은행은 전력 강화에 성공했고, GS칼텍스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리그를 소화하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이 GS칼텍스를 제외한 타팀과 경기에만 오지영을 활용하게 돼 GS칼텍스는 반사 이익을 봤다.

KOVO는 "양 구단의 합의 내용은 표준계약서 제4조 3항의 명시적인 차별금지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승인했다"며 "다만 선수 권리보호 측면 등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바 문체부 질의를 통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요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를 토대로 신속히 규정을 제·개정하는 등 구단들과 함께 발전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제19조 1항 위반 여부에 관해선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이라 함은 선수에게 금전적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취지의 조항으로 인식돼 왔다"고 답변했다.

금전 문제에 국한한 KOVO의 해명은 선수 권익 보호라는 큰 틀에서 도입된 표준계약서의 취지보다는 좁은 해석이다.

문체부는 계약서에 나열된 차별금지사유 외에도 능력 외의 사유로 선수를 차별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으며 계약서 내에도 포괄적으로 명시했다.

이러한 내용은 2021년 9월 문체부가 발표한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 해설서에도 잘 나와 있다.

문체부는 차별금지 조항의 취지에 관해 "스포츠의 공정성과 인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능력 외의 사유로 선수를 차별하지 않는 것은 구단의 기본적인 의무라는 점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트레이드 당사자인 오지영이 트레이드 조건을 수락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비슷한 선수 권리 침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확한 유권해석이 필요하다.

리그 운영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가령 트레이드를 하면서 해당 선수를 특정 팀과 경기에만 투입하게 해달라는 비상식적인 주문도 이론상으론 가능해서다.

KOVO도 내부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KOVO는 "트레이드 시 선수 출전 제한 관련 규정은 존재하지 않아 이번 트레이드가 규정에 위반되지 않음을 양 구단에 통보한 것"이라며 "다만 올 시즌을 마친 뒤 전 구단이 참여하는 구단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안건으로 발의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개막 후 16연패에 빠졌던 지난달 26일 2024-2025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GS칼텍스에서 뛰던 오지영을 영입했다.

당시 GS칼텍스는 트레이드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며 '오지영의 잔여 시즌 GS칼텍스전 출전 금지 조항' 삽입을 요청했고, 페퍼저축은행은 이에 응했다.

당초 공개되지 않았던 트레이드 세부 합의는 두 팀의 맞대결이 열린 지난 23일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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