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뛰었습니다."
10년 전 임동섭(33·LG)은 프로농구에서 크게 주목받는 선수였다.
고교(홍대부고), 대학(중앙대) 무대에서 장신 슈터로 이름을 날린 임동섭은 2012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서울 삼성에 입단했다.
2015-2016시즌과 2016-2017시즌,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등 프로 무대에 안착했다.
하지만 상무를 다녀온 뒤 부상과 부진이 번갈아 가며 찾아왔고, 삼성에서 임동섭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졌다.
올 시즌에는 팀이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평균 4.2득점에 그쳤다. 3점 성공률은 26.9%로 '슈터'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했다.
결국 임동섭은 삼성의 '트레이드 카드'가 됐다.
지난달 11일 삼성은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창원 LG에서 최승욱을 데려가며 임동섭을 LG에 넘겼다.
LG에서도 임동섭의 입지는 좁아 보였다. 첫 4경기에서 총 7득점에 그쳤다.
보다 못한 조상현 LG 감독이 임동섭과 면담했다.
"나도 너와 비슷하게 트레이드된 적이 있다. 자신감을 가져라. 성적이 안 좋은 팀에서 좋은 팀으로 오면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넌 이제 그럴 나이도 아니다. 네가 잘하는 걸 해라."
면담 뒤 임동섭은 달라졌다.
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원정 경기에서 이적 후 최다인 11점을 넣으며 LG의 승리에 이바지했다.
특히 LG가 맹렬하게 SK를 추격하던 후반에 터뜨린 3점 3개는 결정적이었다.
20점을 넣은 이관희와 함께 수훈선수로 선정돼 기자회견에 나선 임동섭은 "자신감의 문제였던 것 같다. 감독님과 면담 뒤 부담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 대로 자신 있게 했다. 동료들도 내가 슛을 안 쏘면 화를 낼 정도로 믿어준다. 그래서 오늘 자신 있게 슛을 쏜 것 같다"고 말했다.
SK전은 LG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만약 졌다면 울산 현대모비스와 공동 3위가 돼 현대모비스, 4위 SK를 상대로 2위권에 들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펼쳐야 했다.
임동섭의 '부활포'에 힘입어 승리하면서 LG는 단독 2위를 수성했다.
임동섭은 이번 트레이드가 자신에게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임동섭이 이날처럼 꾸준히 활약하고, LG가 올 시즌 우승한다면 이 트레이드는 LG에도 행운으로 기억될 수 있다.
임동섭은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살려서 LG가 우승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