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남자배구 삼성화재 아포짓 스파이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27·등록명 이크바이리)는 전반기 막판으로 갈수록 얼굴에서 웃음을 잃어갔다.
삼성화재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할 만큼 큰 기대를 받았지만, 공격 지표가 그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만큼, 이크바이리의 어깨도 처졌다.
그랬던 그가 마음껏 웃었던 날이 바로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달 29일이다.
이크바이리는 젊은 선수답게 득점 후 신명 나게 코트에서 춤췄고, 서브 콘테스트에서는 시속 117㎞를 때려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김상우(50) 삼성화재 감독이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 전을 앞두고 "올스타전의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람은 현실이 됐다.
이날 이크바이리는 후위 공격 9개와 서브 득점 4개, 블로킹 3개로 개인 3호 트리플크라운(후위 공격과 서브 득점, 블로킹 각각 3개 이상)에 성공하며 팀의 세트 점수 3-0 완승을 견인했다.
특히 우리카드 리시브를 무너뜨린 강서브가 일품이었다.
비록 6개의 서브 범실도 있었지만, 승부처마다 '서브킹'답게 상대 코트에 미사일을 쐈다.
경기 후 이크바이리는 "올스타 서브킹을 차지한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고, 이게 좋은 서브로 이어졌다"면서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라 마지막 경기까지 이런 서브를 계속 넣어서 팀 승리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장충체육관에서 부진했던 기억을 씻어낸 것도 의미 있다.
이크바이리는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1라운드(27득점·공격 성공률 40.32%), 3라운드(17득점·공격 성공률 47.06%) 맞대결에서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크바이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장충체육관에만 오면 경기를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몸을 풀 때부터 오늘은 잘 풀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승리에도 여전히 6위 KB손해보험(9승 16패·승점 27)에 승점 5가 뒤처진 최하위 삼성화재(7승 18패·승점 22)는 남은 시즌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과제다.
경기 중 득점하고 김상우 감독과 여러 번 신나게 세리머니를 펼친 이크바이리는 "오늘은 5라운드 첫 경기에 불과하다. 남은 경기는 많은 승점과 함께 이기는 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