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원투 스텝을 밟고 (덩크슛을) 찍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떴죠. 그런데 로슨이 너무 커서 무조건 진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 접었습니다."
프로농구 서울 SK의 빅맨 최부경은 5일 고양 캐롯과 홈 경기에서 나온 유려한 '더블 클러치' 장면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최부경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이 경기 2쿼터 종료 5분 52초 전 김선형이 돌파 후 내주는 패스를 받아 골밑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로슨이 블록슛을 시도하자, 팔을 쭉 빼더니 골대 반대편까지 날아간 후 넘어지면서 깔끔한 레이업을 마무리했다.
이는 한 번 공중으로 도약해 레이업 직전까지 또 다른 팔 동작을 통해 상대 수비를 피하는 기술로, 이른바 '더블 클러치'라 불리는 고급 기술이다.
2m에 100㎏이 넘는 거구의 빅맨이 어려운 동작을 부드럽게 성공하자 관중석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이 경기장을 메웠다.
이 장면을 돌아본 전희철 감독은 "이 기술을 (최부경이) 하긴 하는데 그간 잘 못 넣었다. 이번에는 집중력이 좋았다"고 웃었다.
사실 이 동작을 프로농구에서 가장 잘 구사하는 선수가 SK의 '돌격대장' 김선형이다.
김선형은 "부경이의 몸 상태가 정말 올라왔다는 걸 느끼는 장면이었다. 놀라운 더블 클러치였다"고 평했다.
최부경은 "선형이형을 따라 한 것"이라며 "연습할 때 '김선형!'하고 외치면서 더블 클러치를 연습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날 최부경은 17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화려하게 프로에 입성한 최부경이지만, 공격보다는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에 주력하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이날 올린 17득점도 2018년 11월 13일 서울 삼성전에서 20점을 올린 이후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전 감독은 "내가 선수 개인은 칭찬하지 않는데, 오늘은 공수 양면에서 깜짝 놀랐다"며 "신인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농담도 했다"고 흡족해했다.
최부경은 "공격에서 김선형, 최준용, 자밀 워니 선수가 맛 좋은 패스를 많이 넣어줬다. (덕분에) 머뭇거리는 버릇도 없어졌다"고 돌아봤다.
최부경의 활약에 SK는 캐롯을 96-83으로 넉넉하게 꺾었다.
캐롯은 프로농구 최고 3점 팀답게 13개의 3점을 적중했지만, 리바운드(26-36), 속공 득점(0-20) 등에서 모두 밀렸다.
최부경은 "캐롯전에서는 3점보다는 차라리 중거리 슛을 준다는 생각으로 수비한다"며 "3점을 맞더라도 고개를 숙이거나 풀이 죽은 모습 없이 우리가 하던 농구를 계속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롯은 3점이 곧 골밑슛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기죽지 않고 우리 속도대로 임했던 게 주요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