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축구는 정말 '높은 벽' 자체라고 생각해요. (여기로) 올라오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잘해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죠."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의 공격수 김범수(23)는 프로축구에서도 알아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독특하다 못해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고교 졸업 후 일반 사병으로 육군에서 복무한 뒤 아마추어 K5, K7리그, 세미프로 K4리그를 거쳐 마침내 프로무대에 진입했다.
4부리그에서 K리그로 올라서는 과정도 단숨에 일어났다.
남기일 감독이 지휘하는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 전력분석원의 눈에 띄어 곧바로 입단 제의를 받았다.
지난 6일 제주 서귀포칼호텔에서 진행된 '2023 K리그 동계 전지 훈련 미디어 캠프'를 찾은 김범수는 "4부리그에서 30경기 정도를 뛰었는데 제주 전력분석원의 눈에 들어왔다고 하더라. 정말 신기한 일"이라고 돌아봤다.
지난해 여름 제주에 입단하자마자 선발로 기회를 얻은 그는 3경기 만에 데뷔 골을 넣어 화제를 낳았다.
총 15경기에 출전한 그는 지난해 K리그2(2부리그 ) 안산으로 적을 옮겼다.
(서울=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2 안산 그리너스가 1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공격수 김범수(23)를 영입했다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사진은 안산 그리너스 김범수 영입 홍보 이미지. 2023.1.11 [안산 그리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정리하면, 7부리그에서 4부리그로 올라선 후 1부리그까지 직행했다가 새 시즌을 앞두고 다시 2부리그로 한발 물러섰다.
지난해보다는 한 계단 내려왔지만, 김범수는 자신이 여전히 '프로축구'의 세계에 머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1부리그에 대한 미련은 있다. 하지만 2부리그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목표는 3, 4부리그였다. 거기까지만 가도 어떻게든 축구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며 "나도 프로축구에서 뛰게 될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동료들과는 전혀 다른 경로로 프로에 입성한 그는 자신이 축구선수로서 이룬 '업적'에 자부심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범수는 "나는 장점을 살려서 여기까지 왔다"며 "프로축구보다 하위의 리그에 있는 선수들은 자신의 장기를 몰라 자신감이 없다. 나는 '밑'을 겪어봐서 이런 점을 다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부리그에서 내 속도가 통할까 의심했는데 해보니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더라"라며 "남 감독님도 누구도 할 수 없는 나만의 저돌적 플레이가 마음에 들어 뽑았다고 하셨다. 나는 계속 1대1 공격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마추어' 출신 김범수는 아직 프로 무대가 버겁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라고 손꼽히는 선수들만 모아서 뛰는 게 프로"라며 "한 명 한 명이 내겐 다 잘하는 선수처럼 느껴진다. 벽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선수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노력하고 있다. 이런 광경을 보면 나도 어떻게든 뒤쳐지지 않으려 애쓰게 된다"며 "여기서 죽기살기로 하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축구) 인생은 항상 나와의 싸움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름대로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프로축구 입성기를 두고 다수 매체들이 '한국판 제이미 바디'라고 표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 시티의 공격수 바디는 8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15-2016시즌 팀의 EPL 우승을 이끌었고,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까지 입었다.
(제주=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의 임종헌 감독이 6일 제주 서귀포 칼호텔에서 진행된 '2023 K리그 동계 전지 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3.2.6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김범수는 바디와의 비교가 민망하다고 했다.
그는 "나도 7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가긴 했지만, 그 선수는 EPL이고 나는 K리그다. 더구나 바디는 정말 잘하는 선수"라며 "나도 꾸준히 잘하면 되면 해결될 문제다. 어떻게 해서든 바디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정도로 만족할 생각은 없다"는 그에게 안산은 '기회의 땅'이다.
임종헌 감독은 이날 회견에서 김범수를 콕 짚어 "스피드가 뛰어나고 활발한 선수다. 경기에 뛰면 상대 팀이 힘들어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김범수는 "임 감독님은 선수들을 존중해주는 것 같다. 한 명씩 자세하게 선수의 장점을 살리려 하신다"며 "올해 목표는 공격 포인트 10개와 라운드 베스트11에 최소 3번 이름을 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