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는 박병호(37·kt wiz)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빅리거 최지만(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출전이 불발돼 대표팀 주전 1루수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6일 최지만이 소속 팀 피츠버그의 반대로 WBC 대표팀 승선이 무산됐다고 알리면서 빈자리에 외야수 최지훈(SSG 랜더스)을 뽑았다고 밝혔다.
WBC 대표팀 1루수 자원은 박병호와 팀 후배 강백호뿐인데, 수비 능력과 장타력 등을 고려하면 박병호가 주전으로 뛰어야 한다.
사실 박병호는 수개월 전까지 WBC 출전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프로야구 경기 중 오른쪽 발목 앞뒤 인대가 파열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박병호는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WBC 한국대표팀 50명 관심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행히 박병호는 재활 운동을 통해 빠르게 발목 상태를 회복했고, WBC에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KBO 기술위원회 판단에 따라 대표팀에 선발됐다.
현재 박병호는 무리 없이 모든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할 정도로 몸 상태를 회복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리는 팀 스프링캠프에서 다른 내야수들과 똑같은 강도의 훈련을 하며 WBC와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kt 관계자는 7일 "박병호는 펑고 훈련, PFP(Pitcher Fielding Practice·투수와 내야진이 합을 맞추는 훈련) 등 모든 수비 훈련을 하는 중"이라며 "수비 훈련뿐만 아니라 타격, 주루 훈련도 정상적으로 한다. 발목은 큰 문제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올려 공을 잡는 플레이도 가능한 수준이다.
박병호는 지난달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WBC에서 1루 수비를 보기 위해선 앞뒤와 양옆을 빠르게 이동하는 '짧은 스텝'을 정상적으로 해야 하는데, 발목 문제로 70% 정도까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병호는 날씨가 좋은 애리조나 캠프에서 발목 인대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정상적인 수비 범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의 발목 상태와 수비력 회복 여부는 WBC 대표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이용찬(NC 다이노스) 등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 대거 선발됐기 때문이다.
KBO 기술위원회는 본선 1라운드의 분수령을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호주전이라고 판단하면서 호주 선수들이 포크볼 등 종회전 변화구를 생소하게 느낀다고 분석했다.
내야 땅볼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내야수들의 수비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KBO 기술위원회의 결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키스톤 콤비뿐만 아니라 1루수 박병호도 매끄러운 수비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특히 1루엔 좌타자의 강습 타구가 자주 날아올 수 있어서 박병호의 임무가 막중하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과 조범현 KBO 기술위원장은 박병호를 믿고 있다.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최지만의 출전이 무산된 뒤 1루수가 아닌 외야수 최지훈을 뽑은 건 박병호가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