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축구 광주FC의 미드필더 이순민은 지난해 10월 축구가 아닌 '힙합'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초청 가수'로 나선 그는 축구화를 벗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가 보여준 출중한 랩 실력과 무대 장악력에 시상식에 모인 선수, 감독, 각 팀 관계자들은 연신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고, 후에 이 공연이 영상으로 공유돼 팬들의 관심도 받았다.
8일 제주 서귀포 빠레브호텔에서 진행된 '2023 K리그 동계 전지 훈련 미디어 캠프'를 찾은 이순민은 "이정효 감독님이 공연 전에 걱정을 많이 하셨다. 나섰으면 잘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공연 후 별말씀이 없으신 것 보니 창피하진 않으신 듯하다"고 웃었다.
이순민은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도 영광인데 공연까지 할 줄 몰랐다"며 "랩을 정말 좋아한다. 지금도 하고 있고 이번 달 말 신곡도 나온다"고 말했다.
힙합에 대한 이순민의 열정은 진심이다.
그는 "독학도 했고, 따로 배우기도 했다. 나를 나타낼 특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취미로 찾는 게 랩"이라며 "정말 재미있다. 창작의 희열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공연 후 아쉽게도 힙합계의 반응은 없었다"는 그는 "광주FC 올 시즌 홈 경기에서 새로 나올 노래를 첫 곡으로 틀어달라고 요청해 보려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힙합을 사랑하는 이순민이지만, 곡 작업은 비시즌에만 이뤄진다고 한다. '본업'이 축구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참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긴다"며 "내가 본업인 축구를 열심히 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 생각한다. 본업에 더 충실하겠다"고 했다.
이순민은 지난 시즌 이 감독과 의기투합해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86) 기록을 세우며 광주의 '역대급 시즌'을 이뤄냈다.
이순민도 K리그2 베스트11에 미드필더로서 이름을 올렸다. 프로 통산 5년 만에 따낸 첫 개인 타이틀이었다.
승격을 이룬 팀은 이제 1부에서 경쟁을 앞두고 있다.
이 감독은 승점을 사수하기 위한 '지키는 축구'보다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순민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팀이 발전하려면 공을 소유하면서 공격 축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님이 계속 새로운 숙제를 주신다. 지도하는 대로 따라가려 노력 중인데 매일 훈련에서도 긴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는 아는 만큼 보인다. 위치를 잡을 때 한 끗, 한 발의 차이로 내가 더 자유롭게 되고, 더 압박을 당하기도 한다"며 "감독님이 지금 이런 세부적인 부분을 잡아주시고 있다. 축구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 한 끗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깨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민은 팀이 1부에서 벌일 경쟁을 지난 시즌부터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승격만이 목표가 아니었다. 승격을 넘어 1부에서 잘하는 수준으로 가는 게 목표였다"며 "그래서 만족할 상황이 있었는데도 더 채찍질하게 됐다. 1부 팀들과 경쟁할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시즌을 치르다 보니 승격도 일찍 확정했다"고 돌아봤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지난해 10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대상 시상식에서 광주FC 엄지성, 광주FC 박한빈, 광주FC 이순민이 K리그2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을 수상하고 있다. 2022.10.24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