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내가 세계 최고"라고 큰소리쳤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체면을 톡톡히 구겼다.
매킬로이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 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M 피닉스오픈(총상금 2천만 달러) 1라운드에서 2오버파 73타를 쳤다.
5언더파 66타를 쳐 공동선두로 나선 닉 테일러와 애덤 해드원(이상 캐나다)보다 7타나 뒤진 매킬로이는 공동 82위로 밀려 컷 통과가 발등의 불이 됐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는 대회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지금 세계 최고 선수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맞다"라면서 "내 골프 경력을 통틀어 최고의 경기력"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막상 이날 경기는 실망스러웠다.
WM 피닉스오픈은 매킬로이가 올해 처음 출전한 PGA투어 대회다.
이날 매킬로이는 버디는 2개밖에 뽑아내지 못하고 보기 4개를 적어냈다.
평균 330야드에 이르는 장타를 뿜어냈지만, 페어웨이에 4번밖에 안착시키지 못했고 그린도 8번이나 놓치는 등 샷이 많이 흔들렸다.
퍼팅도 썩 좋지 못해 정규 타수 만에 그린에 올렸을 때 평균 퍼트가 1.8개나 됐다.
매킬로이는 "경기 내내 90도 각도에서 불어온 바람이 자꾸 방향이 살짝살짝 바뀌었다. 완벽한 샷을 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린을 20야드나 훌쩍 넘겨버렸다. 바람에 온종일 속았다"고 말했다.
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이날 매킬로이는 타이거 우즈(미국)를 연상시키는 인기를 누렸다.
구름 관중이 몰려 매킬로이의 일거수일투족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고 샷을 할 때마다 환호성이 울렸다.
경기는 진행이 늦어지면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상당수 선수가 1라운드를 마치지 못하고 순연됐다.
1언더파 70타를 친 임성재(25)가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 공동 19위 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임성재는 10번 홀까지 버디 1개에 보기 2개로 부진했지만, 15번 홀(파5)에서 두 번 만에 볼을 홀 2m 옆에 올려놔 이글을 잡아냈고 16번(파3), 17번 홀(파4) 연속 버디를 뽑아내 반등했다. 18번 홀(파4)에서 1타를 잃은 게 아쉬웠다.
김주형(21)은 12번 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꿨다. 2번(파4), 4번 홀(파4) 보기로 초반은 불안했는데 5번(파4), 9번 홀(파4) 버디로 만회했다.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김시우(28)는 1번 홀까지 10개 홀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적어냈다. 김시우는 16번 홀(파3)은 1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갈채를 받았다.
이경훈(32)은 2오버파 73타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세계랭킹 2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11번 홀까지 1타를 줄였고, 세계랭킹 3위 욘 람(스페인)은 13번 홀까지 3언더파를 때려 순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