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거센 역풍에 무산됐던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출범을 재추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0일(한국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ESL 창설을 추진하는 A22 스포츠 매니지먼트가 '새로운 형태'의 대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SL은 2021년 4월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아스널,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이상 잉글랜드) 등 12개 구단이 참여 의사를 밝혔던 유럽 최상위 축구 대회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클럽 대항전이 아닌 별도의 대회를 만들고, 창립 구단들과 함께 직전 시즌 성적에 따라 출전 자격을 얻는 5개 구단 등 20개 구단이 경쟁을 펼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빅클럽' 위주의 폐쇄적인 리그 탄생에 축구계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고, 출범은 발표 48시간 만에 사실상 무산됐다.
잉글랜드 6개 구단 등 총 9개 구단이 탈퇴한 가운데,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만 현재까지 뜻을 굽히지 않고 남아 있다.
이에 A22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50개의 유럽 팀과 협의하며 새로운 대회에 대한 구상을 뒷받침할 10개의 원칙을 마련해왔다.
A22 최고 경영자(CEO)인 베른트 라이하르트는 '고정 멤버' 없이 경기력에 기반을 둔 새로운 ESL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60∼80개 팀이 참가하고 클럽당 최소 14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제시했다.
라이하르트 CEO는 독일 디벨트와 인터뷰에서 "유럽 축구의 기반이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며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축구계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는 성명을 내고 "슈퍼리그 창립자들은 국가 리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원칙'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안한 거버넌스 모델은 민주적이지 않으며, 중소 구단들을 제쳐두고 소수의 부유한 구단들에 권력과 결정권을 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즈니스 그룹 KPMG의 보고서를 언급하며 "슈퍼리그는 국가 리그에 재앙이며, 유럽 전역의 중소 클럽을 침몰시켜 우리가 아는 유럽 축구를 죽일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라리가의 수입 손실은 -55%, 슈퍼리그에 참가하지 않는 팀의 경우 -64%까지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슈퍼리그는 유럽 축구를 속이기 위해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라고 비꼬기도 했다.
파리 생제르맹(PSG) 나세르 알 켈라이피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유럽프로축구클럽협회(ECA)는 A22가 '대안적 현실'에 살고 있다며 "현실 세계에서 이 아이디어는 2019년에 이미 제안되고 논의되었으며, 거부됐다"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ESL 측과 UEFA는 법적 다툼도 이어가고 있다.
ESL 측은 UEFA가 유럽 내 축구 대회를 주관할 권리를 독점하는 등 경쟁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해 12월 FIFA와 UEFA의 규정이 유럽연합(EU) 경쟁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는데, 최종 판결은 몇 달 내에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