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팀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경기에서도, 누굴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힘이 생겼다. 쉽게 질 것 같지 않다."
남자배구 KB손해보험 주전 세터 황택의(27)는 이제 당당하게 봄 배구를 이야기한다.
한때 바닥을 쳤던 팀 성적은 어느새 중위권을 넘볼 만큼 올라왔다.
KB손해보험은 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3연승과 함께 11승 16패, 승점 32가 된 KB손해보험의 순위는 여전히 6위다.
그러나 승점만 놓고 보면, 봄 배구를 위한 최소 요건인 3위도 이제는 사정권이다.
3위 우리카드가 최근 4연패로 주춤하며 14승 13패, 승점 40에 머무른 사이 KB손해보험은 승점 8차로 추격했다.
줄곧 "플레이오프가 목표"라고 말해온 후인정(50) KB손해보험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붙었을 거다.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해서 봄 배구를 하겠다"고 했다.
대신 조건은 있다. 지난해 12월 교체 외국인 선수로 V리그에 돌아온 안드레스 비예나(30·등록명 비예나)를 지원해줄 토종 공격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후 감독은 "레프트(아웃사이드 히터) 쪽에서 경기력이 나와야 한다. 황경민, 한성정 선수가 공격도 공격이지만 리시브에서 버텨줘야 한다. 리시브가 잘 된다면 세터 황택의의 볼 배급이 쉬워진다"고 짚었다.
이날 비예나는 혼자 49점을 내고 트리플크라운(후위 공격·블로킹·서브 득점 각각 3점 이상)까지 달성하는 원맨쇼를 펼쳤다.
비예나는 "매주 몸 상태가 좋아지는 걸 느낀다. 컨디션이 좋아서 (세터) 황택의에게 때릴 수 있는 상황에는 공을 달라고 한다. 체력 부담은 없다"고 자신하지만, 그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려면 나머지 아웃사이드 히터가 도와줘야 한다.
비예나는 "봄 배구를 위해 중요한 건 안정성이다. 서브 범실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경기한다면 플레이오프에 한발 빨리 갈 것"이라며 "우리 순위가 낮지만, 함께 집중력 있게 한다면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순위 경쟁팀인 한국전력을 잠재운 KB손해보험은 다음 주가 진짜 고비다.
14일에는 리그 1위 팀 대한항공을 만나고, 18일에는 2위 현대캐피탈과 대결한다.
이번 시즌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과 1승 3패, 현대캐피탈에 4전 전패로 열세다.
이들과 2경기 고비를 넘긴다면, 봄 배구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