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일 오후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의 경기. 2세트 한국도로공사 박정아가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23.4.2 [email protected]
(김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은 '흐름이 중요하다'는 흔한 말이 수도 없이 증명된 무대다.
남녀부를 통틀어서 먼저 2승을 챙긴 팀이 우승하지 못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고, 2승을 거둔 뒤 3차전을 내준 사례도 보기 드물다.
2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점수 3-1로 제압한 한국도로공사는 2012-2013시즌 이후 10년 만에 여자부에서 '2패 뒤 1승'에 성공했다.
남자부를 포함하면 이번이 프로배구 3번째 사례다.
그만큼 흐름을 바꾸기 어려운 챔피언결정전에서 도로공사 선수들은 기본기에 충실한 배구로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을 잡았다.
24득점으로 양 팀 최다를 찍은 박정아는 16개의 디그로 공수 모두에서 활약했고, 문정원은 62.9%의 리시브 효율(세터 1m 반경 이내에 리시브)로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펼친 동시에 7득점을 보탰다.
(김천=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일 오후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의 경기. 2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이 비디오 판정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023.4.2 [email protected]
미들 블로커 배유나와 정대영은 각각 8개씩 유효 블로킹에 성공했고, 배유나는 16득점에 4개의 블로킹 득점까지 곁들였다.
인천에서 1차전과 2차전을 맥없이 내줬던 도로공사는 전력이 열세에 처한 가운데 박정아와 배유나 등 핵심 선수가 감기에 걸리는 악재가 겹쳤다.
감기 때문에 패한 게 아니라는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우리의 최고의 무기는 조직력과 경험인데, 서로 공격적으로 가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조직력이 와해했다"며 아쉬워했는데, 3차전에서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이 때려도 때려도 받아내는 특유의 '좀비 배구'를 펼쳤다.
4일 김천체육관에서 벌어질 4차전 예상은 백중세다.
감기를 떨쳐낸 도로공사 선수들이 3차전 승리로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체력과 전력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이 낫지만, 김연경과 쌍포로 활약해야 할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는 3차전 공격 성공률 28.3%로 부쩍 지친 모습이었다.
(김천=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일 오후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의 경기.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세트스코어 3:1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2023.4.2 [email protected]
게다가 이번에는 흥국생명에서 몇몇 주력 선수가 감기에 걸려 제 컨디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도로공사가 4차전까지 잡는다면, V리그 역사상 최초로 2패 팀이 2승을 거둬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리게 된다.
오히려 흐름을 되돌린 채 6일 최종 5차전이 열릴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사상 최초의 '리버스 스윕' 사례에 도전하는 도로공사 선수들은 3차전 승리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경기 후 박정아는 "확률은 신경 안 쓴다. 솔직히 아무도 우리가 챔프전 올 거라 생각 안 했고, 저도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됐으니 예상이라는 게 다 맞는 건 아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김천=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일 오후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의 경기. 2세트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3.4.2 [email protected]
배유나 역시 "2패 뒤 1승을 거뒀으니 우리가 무조건 다음 경기에 이겨서 (5차전이 열리는) 인천에 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한 점 한 점 쌓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배들은 가능한 정제된 단어로 '기적'을 말할 때, 신인 아웃사이드 히터 이예은은 거침이 없었다.
"(4차전 승리하고)인천으로 가자!"는 외침이 인터뷰실에 울려 퍼졌다.